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 주권을 침해하려 할 경우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한국의 국군의날 행사를 조롱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고요.
기자) 네, 4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국군의날 기념사에 대해 “핵에 기반한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이니, 정권 종말이니 하는 허세를 부리고 호전적 객기를 보였다”며 “이는 안보 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자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해치는 세력이 저들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윤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2022년 7월 이른바 전승절 연설 이후 2년여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의 그 어떤 위협적인 수사나 행동, 계략과 시도도 우리의 핵을 뺏지 못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믿고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직접 윤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그날이 바로 “정권 종말”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맞서 핵 보유국으로서의 ‘강 대 강’ 대응 의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여 있다는 분석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윤석열 정권이 자신들의 핵 보유에 대해 다양한 압박과 시도를 하는데 이런 시도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그리고 이 시도가 일정한 선을 넘으면 핵을 포함해서 모든 공격력을 사용해서라도 대한민국을 파멸시키겠다, 이 메시지가 중요한 메시지라고 봐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특수작전부대를 방문한 데 대해 한국 지휘부 침투를 염두에 둔 부대일 수 있다며, “정권 종말”을 언급한 윤 대통령 기념사에 대응한 강한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담화를 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 보도 하루 전인 3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국군의날 행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국군의날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괴물미사일’ 현무-5를 “전술핵무기급이나 다름없다는 궤변으로 분식된 흉물” 또는 “쓸모없이 몸집만 비대한 무기”라며 “핵 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비꼬았습니다.
또 현무-5를 실은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대해선 ‘기형 달구지’라고 조롱하고 자신들의 “방사포 1대의 투발 능력을 재래식 탄두 폭약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와 함께 전략무기를 하나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이 전략사령부를 창설했다며 “비루먹은 개가 투구를 썼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미군 전략폭격기 B-1B가 국군의날 행사에 처음 등장한 데 대해서도 “식민지 한국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 남매가 함께 대외 메시지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 걸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의 메시지의 공통점은 북한의 핵 보유국 위상을 강조하려 한 점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한반도 비핵화보다 위협 감소를 우선시하는 대북 협상론이 나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자신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실전성을 갖춘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론 대미 억제력을 메시지화시킨 부분도 있지만 미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 또 향후 출범할 미 정부가 근본적으로 대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걸 메시지화시키기 위한 차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다음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통일이나 민족 등의 내용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과의 단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는 의미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하지만 김 위원장이나 김 부부장 남매의 공식 메시지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냉소적이고 조롱조인 데 대해선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기자) 장용석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심리적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김 위원장의 중요한 심리적 특징은 경쟁심이 매우 강한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이 앞서 개발했다고 자랑한 4.5t 탄두의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압도하는, 측면 기동기술까지 갖춘 현무-5를 공개한 데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지난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등장했던 남한의 현무-5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건 북한의 입장에서 최근에도 개발을 시도하고 있던 기술인데 남한에서 버젓이 완성된 기술로 실전배치에 들어가는 미사일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굉장히 심리적으로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김여정과 또 본인 스스로 그걸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심리적 자극 상황 이런 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최고지도층이 핵 무력을 앞세워 한국을 조롱하면서도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연연하는 것은 미한의 핵과 재래식 통합전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4.5t짜리 탄두 집어넣은 것, 핵 폭탄이 있는데 그걸 왜 만드냐, 그러니까 북한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최첨단의 북한 타격 능력이 출중한 그런 무기체계들이 계속 보여지니까 자신들이 핵 능력을 그렇게 고도화했는데도 여전히 여기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방증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국방부는 4일 낸 입장문에서 “한국 군의 능력과 한미동맹의 공고함이 북한 정권의 뇌리에 두려움으로 인식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정권 유지에만 급급해하는 북한은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최고 지도층의 이런 말 폭탄과 함께 또 다시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북한이 4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32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 120여 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는데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로,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이번 쓰레기 풍선 부양은 북한이 지난 5월 28일 1차 오물 풍선을 살포한 이후 24번째입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지금은 심리전 차원에서 풍선을 보내고 있지만 연이은 대규모 풍선 살포가 유사시 무기화를 염두에 둔 탐색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은 지금 상당히 낮은 수준의 오물 풍선을 보내고 있는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풍선을 무기화하고 또 무기화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거든요. 북한 입장에선 유사시에 이 오물 풍선을 얼마나 무기화하고 전력화할 수 있을지를 지금 계속 탐색하는 단계가 아닌가 그렇게 보거든요.”
한편 `자유북한방송' 등 한국 내 5개 탈북민 단체들은 3일 저녁 인천 강화도에서 쌀 1t과 라면 800개, 1달러 지폐 400장, K팝과 K드라마를 담은 USB 500개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 북한 쪽으로 흘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