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서 대규모 정지 작업 포착…건물 신축 여부 주목

개성공단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넓은 대지(사각형 안)가 포착됐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 소유 부지에서 대규모 정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건물 신축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최근 현장에서 눈에 띄는 다른 작업들과 맞물려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지 작업이 이뤄진 곳은 개성공단 북부 지대의 한 지점입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따르면, 4일 촬영된 이 지역에서는 이전까진 녹지로 덮여 있던 부분이 밝은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이곳에 있던 나무와 풀, 바위 등이 인위적으로 제거됐음을 의미합니다.

정지 작업이 이뤄진 구역은 한국 기업 4곳 소유의 부지입니다.

이 부지는 2020년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에서 북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면적은 약 4만3천m²로, 축구장 5개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이곳은 한미스위스광학, 한국백신, 비에이치, 유레카 등 4개 한국 회사가 소유한 부지로, 해당 기업들은 공단 폐쇄 전 분양을 받았으나, 사업체 운영이나 공장 건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지 작업이 벌어진 지대를 비교한 사진. 왼쪽부터 9월 25일, 30일, 10월 4일. 사진=Planet Labs

정지 작업은 불과 며칠 사이에 완료됐습니다. 9월 25일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수풀로 가득했으나, 9월 30일에는 일부 숲만 남겨두고 대부분 정리됐으며, 10월 4일에는 나머지 나무마저 모두 사라졌습니다.

건물 신축 가능성

북한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건물을 건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촬영된 플래닛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한국 기업 ‘동원F&B’ 소유의 부지에 가로 50m, 세로 10m 규모의 건물을 신축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개성공단 내 공터에 새로운 건물(사각형 안)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Planet Labs

이 건물은 지난달부터 완전한 형태를 갖췄는데, 개성공단 내에서 새로운 건물이, 그것도 한국 기업 소유 부지에 세워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습니다.

이번 정지 작업 또한 당시 신축 과정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건물 건설을 위한 작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성공단 재정비 작업 활발

최근 개성공단에서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VOA는 지난달 북한이 개성공단 도로에서 횡단보도 21곳을 새롭게 도색하는 등 도로 재정비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개성 쪽 기존 출입구를 철거한 후 새로운 형태로 재건했으며, 출입 시설 외곽 지역에는 가로 37m, 세로 22m 크기의 건물을 신축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성공단 내 최소 3개 부지에서 수풀이 정리되고 각종 건축 폐기물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로 철거 작업이 진행되던 개성공단에서 이번에는 보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개성공단의 본격적인 재가동 준비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지방발전 정책 일환일 수도”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달 VOA와의 통화에서 개성공단의 여러 변화가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방발전 20×10 정책 실현을 위해 성천군 지방공업공장건설착공식에 참석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특히 “이미 개성공단에 공장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공장을 짓기보다는 기존의 시설을 재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wouldn't be surprised because given the kind of rural development policy that Kim Jong-un's been pushing since the beginning of the year, late last year, this would be an easy one, because they're already the factories are already built in the rural part of the country, you know, outside of Pyongyang. So you could see why it would be rational for them to say let's repurpose and build on what we've already have in hand, rather than having to send the army in to build new factories like they're doing in other places of the country.”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매년 20개 시와 군에 10년간 현대적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지방발전 20x10 정책’ 사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2005년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으며, 최대 5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120여 개 한국 기업이 운영됐으나, 2016년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이후 한국 정부는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을 동결하고, 2020년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