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타결한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양측 모두에 합리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번 합의가 무효화되고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재협상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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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4일 VOA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한 방위비 분담금 합의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측 협상가들이 합리적이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원했으며, 이번 합의가 그 기대에 부응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베넷 선임연구원] “The US negotiators wanted a reasonable and mutually agreeable arrangement. And I think that's what they got. There is no globally established rationale for how much is right, how much is enough. South Korea and the U.S. have been doing is making incremental adjustments…So an 8% increase is higher than inflation. It brings us closer, a little bit to being more balanced. And so that's with the two sides have decided to do this time.”
베넷 선임연구원은 “얼마나 적절하고 충분한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없다”며 “한국과 미국은 점진적인 조정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분담금이 약 8% 인상된 것에 대해선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양국 간 분담 비율이 보다 균형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이번 합의를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맥스웰 부대표] “I do think that since they reached an agreement that both sides have to believe it's a win win and that's mutually beneficial on the surface. From U.S. perspective, it seems like a substantial increase. And so you know, that should make our political leaders and the American taxpayers happy… I think this is a good agreement for the alliance and should not be viewed as better for Korea or better for the United States. It is to the mutual benefit for the ROK-US alliance.”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 측에서는 “상당한 인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미국 정치 지도자들과 납세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이번 합의는 한미 동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쪽에 유리하기보다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날 합의된 12차 미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2026년 한국의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인상해 1조5천192억원(약 11억3천만 달러)로 정하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해 분담금을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번 합의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만큼,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주한미군 주둔과 미한 연합 방위 태세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런 평가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부담할 재정적 몫은 이미 정해졌다는 설명입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otally agree with that...What we're doing now, regardless of who wins the presidential election, whether Harris is elected or whether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 is elected, is that it's been established--their share of the financial burden to keep our forces in South Korea...They've put a floor on and they're saying this is where we are and in my view I think any the next President regardless of who would respect that.”
그러나 한국에서는 SMA가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고, 미국에서는 행정부 차원의 협정인 만큼 이론적으로 미 대통령이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한’ 합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무부 출신인 토머스 신킨 알스트리트연구소 정책국장은 이번 합의가 한국의 분담금을 국방비 증가율이 아닌 물가상승률과 연동시키고, 급격한 분담금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상한선까지 도입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신킨 국장은 매년 조정되는 한국의 분담금을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던 이전 방식이,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하는 방식보다 더 높은 인상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신킨 국장] “One could say well, you know, the previous method which tied the increases to Republic of Korea's defense budget would have meant greater annual increases than using the CPI or the Consumer Price index. So you know basically it means less money and that sort of underscored by the fact that there's also an upper limit capping it to at 5% increase per year, irrespective of how much the CPI increases. So, from the US perspective, it's not quite as good because the increase won't be as sustainable and it's even capped.”
신킨 국장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과 관계없이 연간 인상률 상한선을 5%로 설정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분담금 인상률이 “지속 가능하지 않아 미국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할 경우 이번 협정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미국에 엄청나게 유리한 협정이 아닌 이상, 재정적 문제 뿐 아니라 상징성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에 쉽게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신킨 국장] “If we would postulate the Trump administration, then I think it will be revisited. In fact, I would predict that if there's a Trump administration almost anything, unless it was spectacularly in favor of the US, I think it would be quickly challenged by the new administration because in addition to the money involved, there's also the symbolism…Since one could make a case that the US could be better off simply by reverting to the previous formula of tying it to the defense budget of Korea as opposed to the consumer price index, I think it is vulnerable to being challenged.”
신킨 국장은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한국의 국방예산에 연동하는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협정이 “취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2021년 협정 서명을 비롯해 두 차례 SMA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번 합의를 ‘정상적인’ 상황에서 “공정하고 내구성 있는 합의”라고 평가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 합의가 무효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at said, I am concerned that the agreement won’t pass muster with a Trump administration should the former president win a second term in November. Moreover, if Trump perceives that Presidents Yoon and Biden concluded this SMA a year in advance so as to “end run” his administration (if elected), that will only serve as further motivation for him to nullify the agreement and renegotiate, perhaps with even more demanding terms…an outcome that I have warned about publicly and privately since January this year, before talks were formally launched.”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번 SMA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하기 위해 1년 일찍 체결한 합의’로 인식한다면, “이 합의를 무효화하고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재협상하려는 추가 동기가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