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 1주년] 1. 중동 전선의 ‘북한 흔적’…소형 무기에서 미사일·땅굴까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하마스의 무기 시스템에선 북한의 영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북한제 무기에서부터 미사일 기술, 그리고 복잡한 땅굴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중동 분쟁의 배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정황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가자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중동 전선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흔적’을 조명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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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공격’ 1주년] 1. 중동 전선의 ‘북한 흔적’…소형 무기에서 미사일·땅굴까지

이스라엘에서 북한까지의 거리는 약 8천km에 달합니다. 양국 간 직항로가 있다면 12시간이 넘게 비행해야 하는 먼 거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북한에서 제조된 대인 살상 무기인 F-7을 사용했습니다.

VOA는 지난해 12월 현지 취재를 통해 하마스 은신처에서 수거된 다량의 F-7을 확인했으며, 하마스가 이를 대전차 로켓으로 개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군 당국자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은신처를 급습할 때마다 이런 무기가 계속 발견된다고 밝혔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북한의 흔적이 포착된 것입니다.

하마스 전쟁 1년…북한 흔적 계속 포착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북한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북한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지문’이 여기저기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탄도미사일과 땅굴입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가 요격된 순항미사일의 엔진 덮개로 추정되는 물체에 손으로 적은 듯한 '1025나'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올해 초 VOA는 외교 소식통을 통해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후 요격된 미사일 파편에서 한글이 발견된 사진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또한, 하마스가 통치하던 가자지구에는 약 500km에 달하는 복잡한 땅굴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지면 아래에서 여러 땅굴을 발견했습니다. 이중 일부는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차량도 이동할 수 있도록 폭 3m로 설계돼 있습니다.

데이비드 바루치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쟁 발발 약 2개월 후, 이스라엘군 데이비드 바루치 대변인은 VOA 기자와 만나 가자지구 내 땅굴에 대해 “수준이 높고 차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며 “이 땅굴들이 도시 간 운송을 돕는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길 바랐으나, 현재는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었습니다.

[녹취: 바루치 대변인] “They're high quality and they're quite large. They're enough for a full car to go through. And I would hope that the tunnels would have been used for peaceful purposes for, as an underground to travel to for underground travel from one city to the next, however, it's being used for military purposes.”

이처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최초 공격할 당시 북한의 관여는 주로 소형 재래식 무기에 국한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격화시키고 주변의 다른 무장단체들이 개입함에 따라, 북한의 흔적은 탄도미사일과 땅굴 같은 더 복잡한 군사 장비에서도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F-7 추진체가 장착된 하마스의 대전차 로켓을 들고 있다.

확전 속 부각되는 북한 미사일 기술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전쟁에 대한 북한의 개입 수준이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중동 분쟁은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벌어졌지만, 이후 예멘 후티 반군과 이스라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으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4월 약 110발의 탄도미사일과 30발의 순항미사일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으며 지난 1일에는 그보다 더 많은 180발의 미사일을 퍼부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과 북한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탈 인바르 전 이스라엘 피셔 항공우주전략연구소 소장.

이스라엘의 미사일 전문가인 탈 인바르 전 이스라엘 피셔 항공우주전략연구소 소장은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중 상당수가 북한의 ‘화성-7형’ 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샤하브-3’라며 “이 미사일의 액체 추진 기술이 북한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인바르 전 소장] “You remember that the basic Shahab 3 is actually Hwasong-7, so this technology with liquid propulsion from is from North Korea. So, you can say that the heritage, the origins of such missiles like Emad and Ghadr is North Korean, but the missiles are produced in Iran… And there is another heritage from North Korea, of course, but Iran didn't use this type of missile yet, which is the Khorramshahr. Khorramshahr is actually a variant of Hwasong-10, which was one of the worst missiles in North Korea, seven failures and one successful launch. And then probably it was pulled out of active service in the in North Korea, but nevertheless, in Iran it is a very successful missile.”

또한 에마드(Emad)와 가드르(Ghadr) 미사일 역시 “이란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기원은 북한”이라며 북한과의 기술적 연관성을 강조했습니다.

에마드와 가드르는 샤하브-3의 개량형으로, 이란은 최근 이들 미사일을 사용해 두 차례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들 미사일은 사거리가 1천700~1천950km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입니다.

인바르 전 소장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7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한 끝에 퇴역한 화성-10형(무수단)의 변형인 ‘호람샤르’가 이란에서 매우 성공적인 미사일로 발전했다”며 이란의 탄도미사일 무기 체계에 여전히 북한의 기술적 영향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바르 전 소장은 “미사일의 수량 측면에서 현재로선 이란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지원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러시아의 사례를 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인바르 전 소장] “Russia is sophisticated and advanced in technology, and this is of course true, but we can see the situation of Russia in recent years. So, nobody would have believed that Russia will buy ballistic missiles from North Korea. And they did. So, it could be the case with Iran if we are going to see a war of attrition between Israel and Iran in terms of using ballistic missile because ballistic missile it's not just the artillery shells, it is costly and it takes some time to build.”

“정교하고 진보된 (군사)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구매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탄도미사일은 포탄과 달리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소모전이 벌어진다면 이란도 북한과 비슷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미 국방정보국(DIA) 정보분석관을 지내며 북한의 무기 거래를 추적해 온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이란이 미사일 기술을 획득하게 된 배경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북한으로부터 노동 미사일 약 200기를 구매한 것에 있다”며, 이후 이란이 북한에 요청해 자국 내 미사일 생산시설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그렇게 만든 미사일은 샤하브-3이라고 불렸지만, 사실상 노동 미사일에 페르시아어 문자를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Looking back to history, the way the Iranians got this missile was that the North Koreans sold them a bunch of Nodongs, hundreds of them, I think 200 back in 1999, 2000. The Iranians like them, they worked well, and they asked the North Koreans to build an actual Nodong fabrication facility in Iran, which they did, but they still needed North Korean parts and North Korean assistance to get it built. When they started building those, they called them the Shahab 3. All it is Nodong with Farsi writing on the side.”

벡톨 교수는 또한, 이란이 가장 최근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면서, 북한과의 연관성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했던 미사일에서 실제로 극초음속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란이 그런 미사일을 구매한 게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입니다.

이어 “기술력이 부족한 이란이 자체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제조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이란은 아마도 러시아나 중국, 북한 중 하나로부터 기술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이중 북한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며, “북한 미사일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도움으로 건설된 헤즈볼라 땅굴

북한의 땅굴 기술이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분쟁에서 북한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헤즈볼라 땅굴. (자료사진)

최근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이 지하터널, 즉 땅굴을 급습해 헤즈볼라 조직원을 사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땅굴이 북한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합니다.

헤즈볼라는 이 땅굴을 통해 이란산 무기를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는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헤즈볼라가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이란의 한 업체와 계약을 맺고,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땅굴을 건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 전쟁 중 처음으로 이 땅굴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며,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더 크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두 번째 땅굴에 대비해 준비해왔다”고 벡톨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But the bottom line is they paid North Korea to build that tunnel system and North Korea has built the first tunnel system for them back in 2003 and 2004. And it just surprised the hell out of the Israelis and the 2006 war because they didn't know that Hezbollah had anything like that. Now, obviously they followed that closely since then. They learned their lesson, and the second tunnel system is bigger, more complex and more sophisticated than the one that was so hard for the Israelis to go after in 2006. You have been watching the news? You could just tell by the way you see the the Israeli bombs going off in those hillsides and stuff in Lebanon. They're going after the tunnels. They're going after the tunnels, so they're using the ground guys to go in and discover where the tunnels are, and then the aircraft to go in and finish the job. And that's all from North Korea.”

벡톨 교수는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의 언덕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최근 뉴스 보도에 대해 "이는 북한의 지원으로 건설된 땅굴을 파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위협’ 점점 현실화

이스라엘이 상대하는 국가들이 북한의 무기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한에 대한 ‘위협’ 수위 또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4일 VOA에 이스라엘은 지난 1년 동안 북한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초기에 몇 차례 있었을 뿐,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I think we have to recognize that Israel has not chosen to highlight North Korea very much. They said some things early on, but not a lot. The United States has not made a major deal about it. Both of those situations are disappointing. The US should be saying that North Korea has had a major role in affecting the Israeli people, but also in supporting the ongoing war, which is leading to or leading to Palestinian casualties.”

이어 “미국도 북한과의 연관성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북한이 이스라엘 국민에게 미친 영향과 이번 전쟁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팔레스타인 사상자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미국이 명확히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전쟁이 확전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전쟁이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공격으로 진행될 경우, 사람들은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이란에 북한이 제공한 것들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할 것이고, 이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북한이 이번 중동 분쟁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도 서방 국가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바르 전 소장은 “북한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이란에 핵기술을 확산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인바르 전 소장] “I think that North Korea pose some threats to Israel. And don't forget that the North Korea was the main proliferator of nuclear technology to Iran and not just the missiles. North Korea is not considered an enemy state of Israel, but there are of course no diplomatic relationship and the several hundreds of Israelis visited the North Korea as tourists… I totally agree that we should pay more attention to North Korea in the region.”

그러면서 “비록 북한이 이스라엘의 적국은 아니지만 중동 지역에서 북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관련 의혹 부인

그러나 북한은 중동에서 북한제 무기나 기술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해 10월 유엔총회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려는 대북 비방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특히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스라엘 대사를 인터뷰한 VOA 보도를 겨냥해 “미국 행정부 소속 어떤 매체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 없고 거짓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