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용준 전 북핵대사가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쿼드(QUAD)와 오커스(AUKUS)에도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에서 북핵외교기획단장 겸 북핵 대사를 역임한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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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13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의도에서 핵시설을 공개했을까요?
이용준) 네, 이번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는 그동안 해왔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해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그동안 미사일 발사를 수없이 해도 미국과 한국이 별로 반응이 없자 부득이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위협 수단을 동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2010년에도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대미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서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자)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10월경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할까요?
이용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굳이 미국 선거일에 맞춰 해도 별 실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선거보다는 차기 행정부 출범 직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욱이 핵실험은 북한이 개발 중인 소형 전술 핵무기 개발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해야만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 일정에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백중세인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다시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까요.
이용준) 그동안 여러 번 트럼프 후보 자신이 언급을 했었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인 차원에서라도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었고, 그 이후로 양측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설사 개최를 하더라도 양측 사전 실무협의를 거치는 등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미국의 입장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입장도 큰 변수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을 적극 권유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로 보입니다.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 3월 북한에 비핵화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는데,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이용준) 그 당시 백악관 당국자가 ‘중간 단계’ 발언을 했었는데, 제 생각에 그 발언은 대단히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발언 직후에 미국에서 대다수 북핵 전문가들이 즉각 강하게 비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간단계 구상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실패한 구상입니다. 그래서 설사 북한이 그 당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더라도 그 구상이 더 이상 구체적으로 진전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자) 카멀리 해리스 또는 도널드 트럼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군축협상을 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이용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간에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북한의 핵무기가 50개 이건 100개 이건 200개 이건, 핵위협의 차이는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재 조치 해제를 전제로 하는 핵협상은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이렇게 북한 핵을 내버려두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텐데요, 방치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이용준) 그렇다면 핵군축을 통해서 북한의 무기가 100개에서 10개로 줄어들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말하는 건 비핵화지 핵무기의 갯수를 줄이는게 아닙니다.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25% 줄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북 제재의 효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용준) 제재의 효과가 북한 핵 포기를 실현시킬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재 조치 시행 이후 북한경제가 급속히 몰락했고, 현재 대규모 군사 도발은 꿈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을 보면,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제재 효과는 상당히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북한은 핵무장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주장하는데, 핵무장으로 북한 안보와 경제는 더 나빠진 것 아닌가요?
이용준) 핵무장에 따른 제재 조치로 인해 북한 경제가 완전히 파탄 상태가 됐고 또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서 북한에게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이 경제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결국 핵무장으로 인해 북한은 안보와 경제 모두를 상실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 계좌가 있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제재했기 때문에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이용준) 저로서는 그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견해는 북한의 나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2002년 말에 미-북 제네바 합의 파기 이후에 핵무장을 속히 기정사실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핵무기 제조에 몰두했고, 2006년에 4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겁니다. 그 당시에 설사 BDA 사건이 없었다 하더라도 북한이 이미 준비된 핵실험을 인위적으로 늦출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한 비핵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이용준) 문재인 정부가 당시 추진했던 종전선언은 북한이 1970년대 중반부터 주장해온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과 연결고리가 있는 사안이었고 비핵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습니다. 또 당시 미국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기자) 이번에는 국제정세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152mm 포탄 약 560만 발과 탄도미사일을 수십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할까요?
이용준) 물론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 대부분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세계적인 무기 생산국인 한국도 응당 참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1950년 러시아가 전폭 지원하던 북한의 침략을 받았을 때, 우리가 알지도 못했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여러 나라가 병력과 무기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금은 신냉전 시대인데 한국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에 가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용준) 가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이 쿼드(QUAD)에도 가입하고 또 오커스(AUKUS)에도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중 관계도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용준) 한중 관계는 이미 과거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국인들은 그동안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였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탈북민 강제송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방안은?
이용준) 지난 약 20년간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송환을 막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해왔지만, 그동안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외교 채널과 국제기구, 인권단체, 국제법정 등에서 이것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공개 외교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이용준 이사장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용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이용준 전 북핵 대사로부터 북한의 핵시설 공개 의도와 전망 그리고 비핵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현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