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북한 유조선, 중국 앞바다서 위치 신호 끄고 잠적

북한 유조선 금진강3호가 현지 시각 7일 오후 4시경 타이완 해협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를 받은 북한 유조선 2척이 수상한 항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유조선은 중국 앞바다와 러시아 방향 항로에서 돌연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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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북한 유조선, 중국 앞바다서 위치 신호 끄고 잠적

수상한 항적을 보인 북한 유조선은 금진강3호와 유선호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따르면 금진강3호는 현지 시각 7일 오후 4시경 타이완 해협에서 잠깐 위치 신호를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이는 금진강3호가 외부로 위치 신호를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켰다가 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이완 신주시와 중국 푸저우시 중간 해역인 이 지점은 과거 북한 선박 등이 제3국 선박과 유류를 환적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선적 미상의 ‘완헝11(Wan Heng 11)’호를 포함한 12척에 대해 ‘선적 취소’와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당시 완헝11호는 북한 선적의 례성강1호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불법 환적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됐었습니다.

이후 완헝11호는 북한 선적을 취득했으며, 이름도 지금의 금진강3호로 바꿨습니다.

당시 금진강3호에는 일반적인 선박 제재인 ‘자산 동결’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항구 입항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만큼 금진강3호는 사실상 북한 항구만을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금진강3호가 발견된 지점은 북한 남포에서 약 1천60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금진강3호가 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 다른 유조선인 유선호는 ‘자산 동결’ 즉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입니다.

‘마린트래픽’ 지도에는 유선호가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경 한국 제주도에서 남서쪽 약 136km 지점에서 동쪽, 즉 대한해협 방향으로 이동 중인 장면이 담겼습니다.

북한 유조선 유선호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다만 유선호 역시 이 지점을 끝으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해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선호가 발견된 지점은 북한 선박이 동해 쪽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항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 선박이 갈 수 있는 곳은 청진 등 북한 동해에 위치한 항구와 나홋카와 보스토치니 등 러시아 항구입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유선호 등 북한 유조선 4척이 지난 4월 초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유류를 실어 북한 남포로 수송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유선호의 러시아 항구 입항은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인 만큼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유선호가 러시아로 향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은 (제재) 지정 선박으로 압류돼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is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는 안보리의 제재를 받거나 과거 불법 행위에 연루된 북한 선박이 출현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제재 선박인 갈마호가 지난달 19일 중국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한 후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은 채 며칠 뒤 북한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18일 보스토치니 항구에는 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입항했습니다.

련풍호는 과거 여러 차례 선박의 식별번호와 이름 등을 위조한 행위가 적발됐던 선박입니다.

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한 장면. 지도 상에는 련풍호의 옛 이름인 신평11호로 안내돼 있다. 자료=MarineTraffic

이와는 별도로 백악관은 올해 5월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인 50만 배럴이 이미 초과됐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는 련풍호를 비롯한 북한 유조선이 연말까지 다른 나라로부터 유류를 일절 공급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