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202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국 작가 한강. (자료사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력한 시적 산문을 쓴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소설가 한강 씨를 선정했습니다.

[녹취: 말름 사무총장]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for 2024 is awarded to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She has a unique awareness of the connections between body and soul, the living and the dead,””

마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한 수상자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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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나우]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그러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정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고, 시적이며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특히 123년 역사를 지닌 노벨문학상에 한국인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으로도 최초입니다.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마프 말름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이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을 발표하고 있다.

말름 사무총장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 씨와 통화했다면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마친 시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강 씨가 수상 소식을 듣고 “영광스럽고, 놀랍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밤은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강 씨와 오는 12월 스톡홀롬에서 있을 노벨문학상 시상식 준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10일 한국 서울의 서점에서 독자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어들고 있다.

"뛰어난 관찰력...매우 분명하고 간결한 언어"

한강 씨 작품 중 1947년 ‘제주 4.3’사건을 그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응 스웨덴어로 번역한 영국 런던의 동양학 아프리카학 대학(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앤더슨 칼슨 교수는 10일 VOA와의 통화에서 “한강 씨의 작품이 이렇게 인정받게 돼 감개무량하고 매우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칼슨 교수] “I was overwhelmed and extremely happy which has been recognized in this way. Her books are extremely intense. She has this magnificent power of observation of events and of psychological developments. And, she’s able to condense that very clear, quite sparse language”

칼슨 교수는 한강 씨의 작품들이 매우 강렬하다고 말했습니다.

“사건과 심리적 발달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매우 분명하고 간결한 언어로 응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소설 대부분이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그 방식은 항상 개방적이고 독자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칼슨 교수] “I teach Korean history, and I'm working on Korean history, specifically the events that occurred in Jeju in 1948 and the tragic story of a poor young man in 1949. I'm also looking into the Gwangju massacre. I wanted to read engaging books that deal with these historical events, and I was blown away by what I read Han Kang’s ‘소년이 온다’ and ‘작별하지 않는다’”

칼슨 교수는 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가르치며 “이런 역사적 사건을 다룬 책을 읽고 싶어했었는데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등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이기도 한 한강 씨는 1970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얼음꽃’ 외 시 4편으로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습니다.

이후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2007년 펴낸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구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한강 씨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는 폭력을 거부하며 극단적으로 채식을 선택한 여성이 결국 죽음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아울러 ‘소년이 온다’로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강 씨의 작품들은 세계 28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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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