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한 지 1년을 맞아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북송된 탈북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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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9일 북한은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행방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유엔 회원국들은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날 탈북민 강제 북송 1주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거의 1년 전 나는 다른 유엔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이 수백 명의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한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생사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북한이 그들의 행방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구금된 탈북민들은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가족들은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Almost a year ago, I expressed concern with other UN Experts over reports that China had repatriated hundreds of escapee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mid the ongoing uncertainty about the fate of those repatriated, I call upon the DPRK to clarify their whereabouts. The detained escapees must be allowed to communicate with their families, and their families should not be punished.”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어 “모든 국가에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그 누구도 고문이나 기타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면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북한엔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In this context, I also remind the States that, following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no person should be returned to a country where they would face the risk of torture or other ill-treatment, as reported to exist in the DPRK.”
미 정치권도 강제 북송 중단 촉구
한국계인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은 9일 X(옛 트위터)에 “오늘은 중국 공산당(CCP)이 난민 500명을 고문과 정치범 수용소, 그리고 처형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북한 주민들의 강제 추방을 중단하고, 그들이 종교적∙정치적 박해에서 자유롭게 재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담당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영 김 의원도 이날 X에 “1년 전 중국 정부는 김철옥 씨를 포함한 탈북자 500여 명을 강제 북송했다”며 “이들은 수용소에서 고문과 성폭력, 강제 노동에 시달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의 수교 75주년을 맞은 가운데 우리는 인권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등대로서 전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중, 종교의 자유와 인권 침해 공모”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들도 9일 잇따라 중국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글을 X에 올렸습니다.
아시프 마흐무드 위원은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심각한 종교의 자유 및 인권 침해에 중국이 공모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비키 하츨러 위원은 “1년 전 중국은 북송될 경우 가혹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난민 500명을 북송했다”면서 “중국에서 기독교와 선교사와 접촉한 이들은 특히 박해를 받을 위험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도 9일 X에 1년 전 중국이 탈북민 500여 명을 고문과 투옥, 처형의 위험이 있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면서 “중국의 난민 강제 송환 정책은 모든 북한 난민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중국이 국제법상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잔인한 탈북민 강제 송환 정책을 중단하고, 북한 역시 송환된 난민들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직후인 지난해 10월 9일 북중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 수백 명을 기습적으로 강제 북송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비판하며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북한에 탈북민의 행방 확인과 처벌 금지 등을 촉구했지만 1년이 되도록 중국과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VOA의 질의에 “중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의정서의 당사국으로서 항상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으며, 난민 문제에 있어서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적으로 중국에 입국한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는 중국 법률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민의 불법 입국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북한은 오는 11월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를 앞두고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국가 보고서에서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003년부터 국제사회가 매년 채택해온 북한인권결의안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적대 세력들이 공모한 결과라면서 이 인권결의안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적대적이며 정치화된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는 국무부에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