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무인기 침투 재발 시 보복”…접경지역 포병부대 사격 준비 지시

2024년 10월 14일 한국 서해안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에 새로 건설된 초소와 철책이 보인다.

북한이 한국 측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면서 한국과의 접경 부근 포병부대들에 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측 주장에 즉답을 피하는 모호성 전략을 펴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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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무인기 침투 재발 시 보복”…접경지역 포병부대 사격 준비 지시

진행자) 북한이 한국과의 접경 지역 부대들에 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했군요?

기자) 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밤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보장사업을 완료”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충돌로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각급 부대에 철저한 대처 마련도 주문했습니다.

총참모부는 이와 함께 각급 부대와 구분대들에 감시경계근무 강화를 지시했으며, 평양엔 반항공 감시초소를 증강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측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는 북한 측 주장의 근거는 뭔가요?

기자) 북한은 지난 11일 오후 8시 10분 ‘조선중앙통신’에 외무성 명의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이 지난 3일과 9일 그리고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무인기가 2024년 10월 9일 오전 1시 13∼14분 상공에서 어떤 물체를 떨어뜨리는 모습, 그리고 물체에 담겨있던 무언가가 낙하하는 모습을 초 단위로 찍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전단은 흐리게 처리했으나, 상단에 ‘자기배 불리기에 여념없는 김정은’이라고 적힌 게 식별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애용하는 명품 시계와 그의 딸 주애가 입은 명품 외투 사진도 첨부됐습니다.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한국이 평양으로 날려보낸 무인기와 삐라묶음통(대북전단)이라고 주장하며 보도문과 함께 올린 사진.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북한 외무성 명의 성명 발표 당시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가 관련 긴급회의를 하고 난 뒤엔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2일 담화를 내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국방부가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13일에도 남북한 양측의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3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끊임없는 도발에 이어 오물 쓰레기 풍선까지 부양해온 북한이 “반성은 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무인기가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확인하지 못하면서 그 책임을 남측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또, 우리 측으로 10여 차례 무인기를 보내 온 그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자 김여정 부부장도 같은 날 다시 담화를 내고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등의 막말 비난을 하면서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도 별도 담화를 통해 “무인기 도발에 한국 군부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인기가 다시 한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 군 총참모부의 포병부대 사격 준비 지시에 한국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국방부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북한의 높아진 대남 위협수위에 대응해 예하부대에 대북 감시경계와 화력대기태세 강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0월 14일 한국 서해안에서 촬영한 북한 해안의 해안포 포구.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은 무인기 침투에 한국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일종의 모호성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문제의 무인기에 대해 어떤 분석을 내놓고 있나요?

기자)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자작극, 한국 내 민간단체의 일탈행동. 한국 정부 개입 등 모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측이 공개한 전단 내용과 살포 기술의 미숙함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북한에 전단을 보내 온 한국 내 민간단체가 벌인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이번에 쓰인 GPS 등을 갖춘 무인기는 민간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 한 걸 보면 전단 내용이 아주 부실하고요 그리고 전단 살포 기술이 매우 서툴러요. 그냥 통째로 떨어졌잖아요 또 전단을 묶어 놨잖아요. 그럼 풀려지지가 않죠. 그러니까 일반 단체들은 저런 방식을 안쓰거든요.”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도 “그간 대북 전단을 뿌려온 단체보다는 드론에 전문성이 있는 다른 민간단체들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북한 접경지에서 무인기를 띄운다면 평양 상공까지 편도로는 약 150km, 왕복으로는 약 300km입니다.

한국 내 민간 무인기가 내륙으로 이 거리를 뚫고 북한으로 가는 데는 미국과 한국, 북한의 방공망을 모두 뚫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고, 서해로 우회하는 방법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영공 특히 노동당 본부청사 상공 방어에 실패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면서까지 자작극을 벌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한국 정부가 모호성 전략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이에 대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한국 공영방송 ‘KBS1 TV’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여부를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경험에 의하면 제일 좋은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측 주장을 시인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인기가 민간단체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경우 한국 군으로선 무인기 방공망에 또 다시 구멍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한국 정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하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 되고 추후 사태 책임을 놓고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인을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한국 측의 평양 상공까지의 은밀한 접근 능력을 괄호 안에 숨겨놓음으로써 이를 대북 억제카드로 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번 사태를 이례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렸다고 하던데,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걸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부부장과 국방성 대변인의 13일 담화를 14일자 1면에 보도하고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켰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뒤 지금까지 계속 쓰레기 풍선을 한국 측에 보내왔지만 그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14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 통제를 위해 외부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고 과장하며 활용해 왔습니다. 이번 갑작스럽고 유난스러운 무인기 소동도 유사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통일과 민족을 부정한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 두 국가론에 기초한 헌법 개정의 명분을 축적하는 데 현 사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이 됐는지 안됐는지 확인이 안 되지만 발표를 안 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대체할 비전이 없다는 게 다시 확인된 거잖아요. 그러면 이번 기회에 일종의 빌드업을 하고 있다 다시금, 대한민국 족속들 저런 짓 하고 있는데 우리가 무슨 민족이냐는 얘기를 다시 꺼내고 싶었다는 거고요.”

진행자) 무인기 사태로 북한이 실제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자작극이 아니라면 또 다시 북한으로 무인기가 들어갈 경우 북한의 군사행동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응징을 공언한 만큼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게 고 명예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정부 당국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간이나 이런 데서 진짜 전쟁을 한 번 유발하기 위해서 (무인기를) 보냈을 때 저쪽에서 무조건 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쏘게 되면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게 문제라는 거에요. 우발적으로 의도치 않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에요.”

조한범 박사는 남북한 간 대화채널이 모두 끊긴 상태여서 위험한 상황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무인기 사태로까지 번진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남북한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쓰레기 풍선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병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대화협의체를 제안했다며, “현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