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국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이 오늘(15일) 남북을 잇는 도로들을 폭파했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과 정보 수뇌부를 소집해 무인기 침투에 대해 강경한 군사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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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예고했던 남북간 연결도로 차단작업을 강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군이 15일 정오께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이후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이 이번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도 폭파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겁니다.
합참은 북한의 폭파로 인한 군의 피해는 없다면서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북한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경의선과 동해선은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한국 정부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폭파 행위를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오늘 북한의 경의선, 동해선 북측 구간, 남북연결도로 폭파는 남북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비정상적 조치로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통일부는 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되어 온 대표적 남북 협력사업으로 북한 요청에 의해 총 1억3천29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그리고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해당 철도와 도로 재연결은 2000년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합의로 공사작업을 거쳐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인기 평양 침투’ 사태와 관련해 비상회의를 소집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방과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협의회에는 리창호 정찰총국장과 리영길 총참모장, 노광철 국방상, 조춘룡 당 군수공업담당 비서, 리창대 국가보위상 등 군과 정보 당국, 대남 공작기관의 수뇌부들이 모였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총참모부가 진행한 사업과 주요 연합부대의 동원준비 상태를 보고받은 뒤 “당면한 군사 활동 방향”을 제시하고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 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면서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당과 공화국 정부의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도 표명했다고 매체들은 전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 소집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과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첫 공개 행보인데요, 이렇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북한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으로, 그만큼 이번 사건을 엄중히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김 위원장의 긴급회의 소집이나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한국을 압박하고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북한 입장에선 한국에 대해 여러가지 경고성 협박을 하는 거죠. 연출을 여러 가지 하는 건데, 그 연출의 소품이 예를 들면 경의선 도로 폭파쇼를 한다든지 수뇌부가 모이는 행사를 공개적으로 한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소품을 관리해서 전체적으로 연출을 하는 거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과 정보 당국 수뇌부들과 생소한 이름의 국방안전협의회를 연 것은 한국과의 우발적 충돌 나아가 확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군사 대비태세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전쟁억제력과 동시에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중대한 과업을 논의했다는 것, 이것은 평화 시에 나타날 수 있는 그런 회의 내용이 아니라 전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면서 필요한 상황 점검 거기에 대한 강경 맞대응 전략, 이런 것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 것이거든요.”
진행자)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연일 무인기 침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평양 무인기 사건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한국을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라는 식의 막말로 비유하면서 한국의 무인기 침투행위에 대해 “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미국까지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15일에도 담화를 내고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나 해당 증거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들은 앞서 한국 국방부가 북한이 “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이에 대한 반박으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김 부부장이 무인기 사태의 책임을 미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요?
기자)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소통의 대상을 미국에만 국한하고 한국을 무시하는 일종의 이간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국과 미국을 갈라치려는 그런 의도, 소위 말하는 통미봉남이라는 그런 갈라치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그러면서 한국 주권이나 위상을 폄훼하려는 그런 의도도 같이 있는 거죠.”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이 사태로 인한 한국과의 무력충돌에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안정적 관리를 바라는 미국에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유엔군사령부가 나서서 상황을 관리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유엔사에서 조사를 시작할 것처럼 액션을 취했고 또 커트 캠벨이 방한하는 것도 이 사안을 논의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결국 김정은 입장에선 한국을 상대로 해서 확전 사다리를 타는 것 보다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책임을 져라, 사태를 규명하고 여기에 대한 적절한 조사 내용을 내놔라, 현재의 상태를 객관적인 제3자가 일단 확인하고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엔사는 “평양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들과 관련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공개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면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도 “유엔군사령부가 그런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고, 국방부도 유엔사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북한 측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평양을 포함한 북한 영토에 한국 무인기가 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발 보도가 있었다”며 “서울의 이러한 행동은 북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내정간섭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당국은 북한의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무모한 도발 행동으로 한반도 상황을 악화하고 실제 무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가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두둔하며 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와 내정간섭을 운운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동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며 공격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북한에 있다”며 “러시아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시키고 한국이 제안한 대화, 외교의 길로 복귀토록 설득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