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 ‘북한 석탄 선적’ 선박 압류... 미국 인계 여부 주목

캄보디아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법원 문건. 씨씨 나인호와 석탄에 대한 압류를 명령하고 있다. 출처=캄보디아 법무부

캄보디아 정부가 북한을 방문했던 선박과 이 선박이 싣고 있던 석탄을 압류했습니다. 지난 2020년 북한에 불법 유류를 건네는 데 이용된 유조선을 억류해 미국에 인계했던 캄보디아가 이번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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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북한 석탄 선적’ 선박 압류... 미국 인계 여부 주목

캄보디아 정부가 이번에 압류한 선박은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입니다.

캄보디아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법원 문건에 따르면 캄보디아 금융정보국은 지난 5월 26일 씨씨 나인호와 이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동결 조치했습니다.

이번 압류는 캄보디아 해양경찰과 금융정보국의 조사 내용을 법무부 장관이 검토한 뒤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해당 문건은 이번 압류 조치가 지난 2020년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법규에 따라 이뤄졌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석탄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결의 2270호는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출발한 화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색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캄보디아 정부가 이 모든 규정을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정황.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대고 있다. 사진=Planet Labs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압류를 통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볼 수 있다”며 “첫째로 북한이 여전히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며 석탄을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녹취: 와츠 전 위원] “I think the seizure raises some interesting points and number one, it's clear that North Korea is still illicitly exporting its coal, in clear violation of the UN resolutions. Number two, that there are facilitators that are assisting North Korea to illegally export its coal and number three that it's good news that some action is being taken in terms of the seizure against those that seek to circumvent the sanctions.”

이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을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는 점과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들에 대한 압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4월말 북한에서 수상한 항적 노출”

앞서 VOA는 지난 4월말 씨씨 나인호가 북한에서 수상한 항적을 보였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선박은 4월 26일 타이완 해역을 출항해 같은 달 29일 오후 1시경 황해남도 장산곶에서 북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 뒤 지도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후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던 씨씨 나인호는 5월 7일,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 나타나 약 사흘을 머문 뒤 10일 북한 해역을 떠났습니다.

같이 보기: 제3국 선박 북한 인근 해역서 28시간 사라져…대북제재 위반 의혹

당시 VOA는 이 같은 수상한 항적을 근거로 씨씨 나인호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 남포에 기항하거나, 석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을 벌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씨씨 나인호가 석도 인근에 머무는 기간인 5월 8일, 석도 북쪽 해상에선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댄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씨씨 나인호는 북한 해상을 빠져나간 직후 다음 목적지를 태국 시라차 항으로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캄보디아로 향했고, 이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억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씨씨 나인호가 태국으로 이동하던 중 캄보디아 정부에 의해 나포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캄보디아가 목적지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는 북한의 오랜 우호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억류한 것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캄보디아, 2000년 커리저스호 미국에 인계

앞서 캄보디아 해양경찰은 2020년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이 북한에 불법 유류를 건네는 데 이용한 유조선 커리저스호를 억류해 미국에 인계했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궉기성의 수배전단.

이후 미국 법무부는 궉기성을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커리저스호에 대해선 민사 소송을 제기해 미국 법원으로부터 최종 몰수 판결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미국 정부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씨씨 나인호를 넘겨받을 지 주목됩니다.

VOA는 미국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씨씨 나인호는 중량톤수 2천879t의 중소형 화물선으로, 2004년에 건조됐습니다.

건조 첫해부터 중국 깃발을 달고 운항하다가 2024년 3월 팔라우 선적으로 바꿨으며, 올해 5월부턴 선적을 취소당한 듯 ‘무국적’ 선박으로 남아있습니다.

선박의 소유주는 태국 소재 ‘트레이드 아시아 로지스틱스’사입니다.

최근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에 대한 압류 조치가 잇따르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한국은 올해 3월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3천t급 화물선 '더 이(DE YI)'호를 억류했으며, 6월엔 또 다른 선박을 나포해 현재 조사 중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