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FAO 대북제재 면제 승인…이앙기와 컴퓨터, 비료 등 11종

이탈리아 로마의 유엔 세계식량기구(FAO) 본부 입구에 로고가 붙어있다.

유엔이 식량농업기구(FAO)가 신청한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했습니다. 북한 농민을 지원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물품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건데요. 하지만 북한의 국경 봉쇄로 사실상 해당 물자가 언제 북한에 반입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노시창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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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FAO 대북제재 면제 승인…이앙기와 컴퓨터, 비료 등 11종

진행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FAO의 제재 면제 신청을 허가했다고 공지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1718위원회, 일명 대북제재위원회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FAO가 신청한 농업 관련 물품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제재위가 공개한 7일자 서한을 보면, FAO는 지난달 20일 북한 농민 지원과 디지털 기술 및 혁신 도입을 목표로 제재 면제를 요청했고요. 대북제재위는 이를 2주일여 만에 승인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들이 제재 면제를 받았습니까?

기자) 전자 제품부터 비료까지 다양합니다. 먼저 벼 이앙기(Rice Transplanter) 4대, 온실 3채, 컴퓨터와 랩탑 5대, 디지털 카메라, 프린터, 또 질소와 인산, 칼륨으로 구성된 NPK 비료 55포대 등 11종으로 모두 6만 5천 200달러 상당입니다.

북한 라선경제특구 내 승리화학공장 외곽에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자료사진)

FAO는 관련 물자들이 평양시에 있는 협동농장 1곳과 평안남도에 있는 농장 1곳, 또 평안북도 염주군에 있는 농장 2곳에서 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유엔이 이렇게 제재 면제를 허가해도 북한의 국경 봉쇄로 관련 대북 지원 프로젝트를 바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서한을 보면 대북제재위는 북한의 국경 제한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으로 면제 기간을 12개월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FAO는 2025년 10월까지 북한에 물자를 반입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한 국경 봉쇄로 제재 면제품이 북한에 언제 들어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FAO는 서한에서 이번에 면제받은 물품들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 개방 여부에 따라 물품 배송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명시하고 정확한 배송 날짜는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화면)


진행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엔 기구나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북 제재 면제 신청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요?

기자) 네, 먼저 16일을 기준으로 올해 대북제재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북제재 면제 건수는 8건에 불과합니다.

승인 받은 단체들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경기도와 한국의 우리민족서로돕기(KSM),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등입니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기 바로 직전 해인 2019년의 38건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입니다. 작년에도 12건으로 저조했고요. 2022년 제재 면제 건수는 27건 이었지만 사실상 신규 사업은 8건뿐이었고요. 나머지는 면제 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시 연장된 것들입니다.

제재 면제를 받더라도 북한의 국경 봉쇄로 물품 반입이 어렵다 보니 아예 신청을 하지 않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유엔 기구나 지원 단체들도 답답할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단체들이 느끼는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에 대한 피로감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전해 드렸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면제 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단체들도 있지만, 거듭해서 연장을 요청해야 하다 보니 아예 대북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있는데요.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2019년 10월 대북제재위로부터 면제받은 차량 2대가 국경 봉쇄로 반입 시기를 알 수 없게 되자, 이를 취소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UNFPA 직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의약품 등 지원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자료화면)

뿐만 아니라 지난 2월과 3월 각각 제재 면제 기간이 완료된 핀란드 비정부기구 ‘핀란드 교회 원조기구’와 미국의 보건의료 비정부기구 ‘샘 복지재단’ 등도 대북제재위 홈페이지에 추가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지난해부터는 국경을 일부 개방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번에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FAO 사무총장의 방북도 있었고요.

기자) 네, 지난 7월이죠. FAO는 취둥위 사무총장이 13일부터 16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주북 중국대사관을 찾았고, 강동온실농장, 강동중앙야채연구소, 평촌 양어장 등을 둘러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7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홈페이지에 취둥위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 FAO 제공

취 사무총장의 방북은 북한의 국경 봉쇄 이후 유엔 기구 대표로서는 처음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NGO들의 평양 복귀가 조만간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아직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당시 WFP 측은 취 사무총장의 방북과 관련한 VOA의 질문에 그의 방북이 북한에 대한 접근과 활동 재개의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1997년부터 평양에 사무소를 설치한 스위스개발협력청과 국제적십자사연맹 등도 FAO 사무총장의 방북을 고무적인 진전이라면서 자신들도 하루 빨리 북한에 복귀하길 기대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노시창 기자와 함께 FAO의 유엔 대북제재위 면제 승인을 계기로 북한의 국경 봉쇄에 따른 대북 지원 상황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