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훼방으로 활동이 종료된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이 공식 출범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유엔 밖 기구이기 때문에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는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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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로페즈 미국 노트르담대학 명예교수는 1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실질적인 국제적 후속 기구가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로 활동했던 로페즈 교수는 “유엔 안보리와 연관이 없더라도 북한의 핵과 기타 다른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들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로페즈 교수] “I think it's significant that there is a viable international successor to the panel of experts. (중략) And there needs to be, even without connection to the Security Council, an independent monitoring solely of North Korean nuclear and other developments that violat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로페즈 교수는 또 “유엔의 틀 안에서 제안된 모든 것들이 진전이 없었던 만큼 (11개국이 참여한) MSMT가 당초 미한일 3국만의 기구보다는 더 바람직하다”면서 “이탈리아, 독일, 특히 뉴질랜드와 호주 같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대북 제재 감시기구 출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김홍균 한국 외교부 1차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이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지원을 위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공식 출범을 발표했습니다.
MSMT에는 미한일 3국을 포함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1개국이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대북 제재 감시 기구의 출범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활동을 종료시킨 데 따른 것입니다.
그 동안 미국과 한국, 일본이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기구 마련 노력을 주도해 왔습니다.
“북러 협력으로 북 비약적 군사기술 발전”
로페즈 교수는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미사일 기술에서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유엔 안보리가 이런 진전을 감시하고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로페즈 교수] “And I fear that North Korea is getting a huge technological leap from this new assistance in its missile development by the Russians that it would not have had if UN Security Council still was in charge of monitoring these kinds of developments.”
그러면서 “이는 차선책이며,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해 반드시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틀 밖의 이 새로운 기구의 정당성을 문제 삼겠지만, 안보리 밖에서도 북한의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제재할 권한은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패널 대체할 중요한 진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를 역임한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조정관은 “MSMT 출범 발표는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체제를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팀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최근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나은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조정관] “The announcement of the ‘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 is significant development in the search for a mechanism or mechanisms to replace the UN 1874 Panel of Experts. There is no reason, in principle, why the expert team should not produce reports into violations of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resolutions concerning North Korea that match or exceed, in terms of information provided, the recent reports of the UN 1874 Panel of Experts.”
앞서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제재 이행 권고를 제기하는 역할을 한 전문가패널은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유엔 밖 기구, 독립성∙투명성∙효율성은 장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1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엔 밖의 새로운 다자 기구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며 “독립적인 조사 능력은 유엔총회 산하 기구보다 외부 간섭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관할권은 비록 축소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새로운 다자 기구가 모든 유엔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미국∙유럽∙일본∙한국∙싱가포르가 이 새로운 다자 기구에 가입하는 한 전 세계에서 상당한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다자 기구 회원국이 비회원국의 조사에 협조하거나 공동으로 제재를 집행하도록 상당한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비회원국이 새로운 다자 기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이들 국가의 금융기관은 미국이나 EU, 일본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다자 기구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 “Although this new multilateral organization will not have legally binding power over all UN Member States, it will still be able to have considerable law enforcement power across the globe so long as US, Europe, Japan, ROK, Australia, and possibly Singapore join this new multilateral organization.”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에서 활동안 다케우치 마이코 전 위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연구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리 체제 아래서는 북한을 비호하는 러시아나 중국의 방해로 북한의 제재 위반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MSMT 체제 아래서는 이들의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조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다케우치 전 위원] “Because this is like minded countries group, probably they would serve more efficient they can investigate more efficient manner so that the research or investigation itself could be done more effectively.”
“유엔 밖 기구, 공정성∙신뢰성은 도전 과제”
다케우치 전 위원은 그러나 “한편 MSMT가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공정성이나 신뢰성이 도전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SMT는 유엔 안보리 산하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그 결정에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매우 공정해야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MSMT가 어떤 유엔 조직과 협력할 수 있다면 신뢰성을 더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유엔 안보리의 권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밖 기구, 실질적 차이 없어”
모건 전 조정관은 “MSMT가 유엔 기구가 아니란 사실은 유엔 안보리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안보리나 대북제재위가 이들의 조사 결과나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위와 안보리가 2018년 이후 전문가패널 권고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킹 말로리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적어도 지난 3~4년간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켜 왔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들은 북한이 제재를 성공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흑기사 역할을 해왔다”면서 “(새로운 감시 기구에서) 그들의 배제는 실제로 큰 손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선임연구원] “They've turned a blind eye to sanction evasion activity that goes on in their territory. So they have really been the black knights that have made it possible for North Korea to evade sanctions successfully. So their exclusion is not really a great loss.”
MSMT가 유엔 틀 밖의 기구인 점과 관련해선 “다행한 일은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6건이나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결의들은 유엔 산하 감시 기구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이 유엔의 승인을 받는 것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러시아 때문에 유엔 승인은 결코 받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MSMT가 차선책”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