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료회사, 미국 ‘대북제재’ 위반 86만 달러 벌금 합의…미 금융기관 이용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대북제재를 위반한 베트남 음료 회사가 미 정부에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에 맥주와 증류주를 수출하면서 미 금융기관을 이용해 대금을 받은 혐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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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료회사, 미국 ‘대북제재’ 위반 86만 달러 벌금 합의…미 금융기관 이용

미국 재무부는 ‘베트남 음료 회사(VBCL)’가 미국의 제재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과 86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17일 공개한 문건에서 VBCL의 자회사가 북한에 주류를 판매했으며, 이에 해당하는 판매액 114만1천547달러가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지급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거래로 인해 미국 금융기관이 북한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주류 판매 계약 26건 체결

구체적으로 VBCL의 자회사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북한에 맥주와 증류주를 판매하는 26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외자산통제실은 밝혔습니다.

당시 계약에는 북한의 조선삼진무역회사와 조선조밍회사(Korea Zo-Ming General Corporation), 그리고 싱가포르와 세이셸의 회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평양의 대동강맥주공장 냉장고에 샘플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료화면)

VBCL의 자회사는 미국 달러로 대금을 수령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총 47건의 청구서를 발행했고, 이후 이중 43건에 대한 금액 약 114만 달러를 싱가포르와 세이셸의 회사와 더불어 홍콩과 중국, 터키 소재 15개 회사로부터 송금받았습니다.

다만 이들 43건의 송금 모두 미국과 연계된 은행 혹은 미국 금융 기관의 해외 지점에서 진행됐다는 게 해외자산통제실의 설명입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VBCL이나 자회사 모두 미국 제재 준수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2019년 12월 자회사의 경영진이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과거 대북 주류 판매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따라 북한과의 거래가 중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의 의무 미비…조사엔 협조적

해외자산통제실은 VBCL이 북한으로부터 대금을 수령하면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대북제재를 통한 미국의 외교 정책 목표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VBCL과 자회사가 최근 5년 동안 해외자산통제실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지 않았고, 문제를 인식한 직후 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등 조사에 협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제재 준수를 위한 프로그램과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독립적인 기관으로부터 제재 준수와 관련한 실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상당한 개선 조치를 취했다며, 이런 점을 벌금 합의금 산출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금융기관 통한 거래는 제재 위반

미국 정부는 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대북제재법,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미국인 혹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등의 대북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은행법 등을 통해서도 미국인 등과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 간 직간접적 거래를 차단하고 있으며 금융기관 등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3국 국적자 혹은 회사가 이 같은 규정을 지킬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을 때만 해당됩니다.

미국 정부는 연방 규정(31 CFR Part 510)에 따라 제재 대상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판단되는 인물이나 기관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반 기업은 미 법무부의 형사 기소와 재무부의 민사상 피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VBCL은 이를 유예 받는 것을 조건으로 벌금을 납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법을 위반해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는 기업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 본사를 둔 애니메이션 제작사 몬도 TV(Mondo TV)가 북한 당국 소유의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SEK)’에 하청 작업을 맡기며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인정해 벌금 53만 8천달러를 지불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로고.

또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의 제재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해외자산통제실(OFAC)과 금융범죄단속반(FinCEN)에 각각 9억6천800만 달러와 34억 달러씩 총 43억6천8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했습니다.

그 밖에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와 인도 뭄바이 소재 기업 ‘고드프리 필립스 인디아(GPI)’, 미국 시애틀 소재 기업 ‘탱고 카드’ 등도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