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과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각국의 주장에 적극 반박하면서 한국 등과 설전을 벌이는 상황도 연일 벌어지고 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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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23일 열린 1위원회 회의에서 또 한국과 북한 대표가 공방을 벌였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이날 열린 회의는 군축 문제 중에서도 기타, 특별히 화학무기와 관련한 내용이 주로 다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로 핵과 탄도미사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문제에서 북한을 비판했던 여러 나라들이 이날은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달랐습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이 짧게 북한을 언급한 것입니다. 김 참사관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미가입국인 4개국, 특별히 북한이 전제 조건 없이, 또 지체 없이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대표가 반박권을 요청해 대응했습니다. 북한은 주권 국가의 자주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화학무기금지협약 가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면서, 한국은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을 가르칠 입장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한국이 또 반박 발언을 하며 설전 상황이 만들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성훈 참사관은 이 같은 북한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박권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우리 모두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며 “어떤 누구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 2명이 속아 넘어가 당시 사건에 연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사건을 말하는 것이죠? 당연히 북한은 또 반박 발언을 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7년 당시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화학무기인 VX로 살해당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조사를 거쳐 북한 측 요원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당시 공항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건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는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대표의 당시 사건 언급에 북한 대표는 발끈하며 “한국 대표가 북한을 상대로 대결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근 한국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렸다며 이는 북한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김성훈 참사관이 재치 있게 받아 쳤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 사건과 관련해 자신은 누가 했는지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하고자 했을 뿐인데, 북한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김정남 살해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왜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계산된 행동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남북이 설전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또 북한은 다른 나라와도 공방을 벌였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전날인 22일 회의에서도 맞붙었습니다. 윤성미 한국 군축회의 대표가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 등 북러 군사협력을 지적하자, 북한 대표가 이를 반박한 것입니다. 북한이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을 부인한 적은 있지만 ‘파병 주장’을 거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은 그 외에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여러 차례 비판했습니다. 또 일본과 호주 그리고 유럽연합(EU) 나라들도 미리 약속한 듯 여러 차례 북한을 규탄했는데요. 북한은 이 때마다 반박권을 요청해 대응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자신들의 핵 개발에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나요?
기자) 미국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자신들을 위협했고, 이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주장입니다. 또 미국과 한국, 여기에 일본까지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북한이고, 이에 따른 결과로 미한 동맹이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북한은 한국전쟁마저 미국과 한국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미국은 북한을 규탄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한 규탄은 앞서 말씀드린 한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다만 북한의 발언에 대해선 몇 차례 반박권을 사용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21일에는 브루스 터너 군축대사가 미국이 핵무기 최다 보유국이라는 북한의 발언을 정식으로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라는 것입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도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적 지위를 갖는다”며 북한의 주장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북한에서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것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작년까지 북한은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고, 지금은 참사관이 된 김인철 당시 서기관이 각국의 주장에 대한 반박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림무성 북한 외무성 국장이라는 인물이 북한을 대표해 발표를 하고 있고요. 이어 20~30대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인사가 반박 발언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 북한 측 좌석에는 통상 1명이 앉아 있었지만 올해는 20대로 추정되는 인물이 발언자 뒤에 앉아 메모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다만 유엔총회 1위원회는 주요 발언자의 이름만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림무성 국장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이름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는 중반을 넘었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네, 1위원회 회의는 11월 8일까지 계속됩니다. 각국은 이미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주제로 한 토론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재래식 무기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어 ‘군축과 국제 안보’, ‘역내 군축과 안보’ 등을 주제로 토론한 뒤 여러 사안에 대한 결의안을 만들어 이를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은 3건의 결의안에 담기는데요. 북한 우호국의 반대 속에서 다른 나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북한과 관련한 3건의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올해 1위원회 회의 상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