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앞으로 4년간 미국 대외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는 이번 대선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전문가 진단과 인터뷰 등 다양한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차기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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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전직 관리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을 ‘군축’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차기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핵화 목표 포기하지 말아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목표를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순간 여러 가지 심각한 파급 효과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re's a problem with abandoning denuclearization as a formal objective. It goes against the requirements in 11 UN resolutions requiring North Korea to abandon all of its WMD programs. It would also undermine the legal authority of the sanctions that are part of the 11 U.N. resolutions. It would also go against the Nonproliferation Treaty and decades of U.S. nonproliferation policy… It can also, increase concerns by our allies that the US would be more willing to just negotiate limitations on weapons systems that directly impact the American homeland, like North Korean ICBMs, and leave in place the missiles that would target and threaten Japan and South Korea.”
특히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이는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11개 유엔 결의의 요건에 위배되고, 결의의 일부인 제재의 법적 권위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처럼 미 본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기 체계에 대해서만 협상하고, 일본과 한국을 겨냥하는 미사일은 그대로 둘 것이라는 동맹의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VOA에 “비핵화가 의미하는 것은 북한의 현 상태를 되돌리는 것”이라며 “그것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미국의) 정책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Denuclearization, what that implies is a reversal of North Korea's current position. And that, I think, remains an overarching policy objective... And so I would say that utilizing arms control measures as one of the possible means by which to achieve the objective of denuclearization is pretty different from, declaring, surrender and giving up and, and, and pursuing arms control as a form of recognition of North Korea as a nuclear state.”
스나이더 소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가능한 수단 중 하나로 ‘군축’을 활용하는 것과, 선언과 항복, 포기 등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형태로 ‘군축’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과 ‘군비 통제’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과 같고, 이후 북한에게 미군 감축을 요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Pursuing ‘arms control’ talks with North Korea would be a major mistake. Such talks would amount to de facto acceptance of the DPRK's status as a nuclear power... The only arms that North Korea seeks to "control" are those that ensure the defense of South Korea.”
3국 협력 통해 북한 압박해야
전문가들은 ‘비핵화’라는 큰 목표 속에서 차기 대통령이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난제’인 만큼 구체적인 해법보다는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다음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새 행정부가 미한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전문가가 일치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25일 VOA에 “미국은 한국, 일본 정부와 지금보다도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워싱턴 선언을 넘어서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이란에도 미국이 한국, 일본 정부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 have to be even closer to the ROK and to the government of Japan. We have to go beyond the Washington Declaration to, to enshrine, to make it very clear to North Korea, but also to China and Russia and Iran that the United States is closely aligned with the ROK and with the government of Japan... His provocative behavior, is just going to intensify that allied relationship of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Japan.”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대북 비핵화 목표’ 달성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한일 3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추구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를 크게 높이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고립과 빈곤, 강력한 제재를 받고, 지속적인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3국이) 이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체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때 핵무장 국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며 차기 미국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했습니다.
다양한 도구 활용 필요…“북한 문제, 우선순위 높여야”
가용한 모든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종종 외교와 압박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이라는 잘못된 틀 안에서 논쟁이 전개되는 것을 봐왔다”며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전략 속에서 이 두 가지(외교와 압박)에 더해 다른 국가적 수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와 정보 유입, 군사, 경제 등 모든 방편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ll, there's unfortunately no magic solution to solving the many North Korean problems. We have tried a number of different approaches over the years. You know, we've often seen a debate devolve to, you know, sort of a false paradigm of a binary choice of, you know, diplomacy or pressure. And we need both of those as well as the other instruments of national power in a comprehensive, integrated strategy. So, you know, with the different lanes and the road of, sort of diplomacy, information operations, military and economic, we need to use all of them.”
특히 외교와 관련해선 쉽지 않지만 계속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 5년 간 ‘대화의 문’이 닫혀 있는 만큼 현재로선 ‘억지력’이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다며,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며 위협적인 수사를 계속할 때 미한일 3국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특정 사건’의 결과로 우선순위에 올려두는 관행을 탈피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북한을 일종의 비극이나 재앙의 결과가 아닌 방식으로 우선 순위 목록의 맨 위에 올릴 수 있는지가 (새 행정부의) 기초적인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And so I think that actually, at this particular stage, regardless of who wins the election, one of the basic challenges is, how can North Korea rise to the top of the priority list, in a way that is not as a result of some kind of, tragedy or catastrophe. I can imagine North Korea rising to the top of the priority list because of something bad that happens. But I it's hard for me to imagine that there would be an effective, sustained, positive policy outreach. So that's one challenge.”
북한이 ‘나쁜 일’을 저지를 때만 대통령의 관심을 받는 만큼 “효과적이고 지속적이며 긍정적인 정책적 접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관리를 통해 한반도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2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공화당원을 포함한 강력하고 유능하며 원칙에 입각한 내각과 국가안보팀을 임명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정책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며 “국가안보팀이 훌륭한 권고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므로 미리부터 아태 지역을 포함한 특정 정책에 조급하지 말길 바란다”고 차기 대통령에 대한 조언을 남겼습니다.
현 위중한 안보 상황에 맞는 정책 추진해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위중한 사실에도 초점을 맞추며, 이와 연계된 대북 정책 접근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제안을 넘어선 무언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며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제재 완화’와 미한일과의 ‘관계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방안이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대화하지 않을 때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과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마저 돕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차기 대통령에겐 “한반도에서 안정을 관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we're in a new period in in that Kim's behavior, his nuclear and missile buildup since the failed Hanoi summit in 2019... So all the assumptions that our diplomacy has operated under for the last 30 years are no longer applicable. So, that's your starting point. I see the Korean Peninsula a more dangerous than any time since 1950.”
이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후 핵과 미사일을 증강한 김정은의 행동으로 볼 때 우리는 새로운 시기에 진입한 것”이라며 북한이 통일 정책에 변화를 주고, 군사력 강화에 나선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30년 동안 지속해 온 외교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새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원하든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제2의 연평도 포격전, 제2의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안정 관리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러 협력으로 셈법 복잡해져…중국 활용 조언도
전문가들은 최근 가시화된 북러 군사 협력 심화로 북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 행정부가 이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는 중국을 이용해 해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이 러시아의 최첨단 군사 기술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을 “중대하고 위험한 전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한일은 이 새로운 도전에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협력을 강화하고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미한일의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 강화가 자국의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확신하는 순간 중국은 북러 협력을 늦추거나 중단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러시아에게 북한에 대한 지렛대의 많은 부분을 빼앗기며 현재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the Chinese are very unhappy with Russian influence because it's taken away a lot of Chinese leverage on North Korea. The question is, are they unhappy enough to restore cooperation with the United States? So far, there hasn't been much.”
다만 “문제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회복할 만큼의 불만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불만이 그렇게까지 크진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새 행정부가 북한을 다룰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단기 우선 순위 중 하나는 북한과 러시아의 ‘공급 관계’를 끊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가 종식되면 러시아의 대북 공급 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갈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새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VOA가 준비한 기획 보도, 다음 시간에는 이번 대선이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미 의원들의 견해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