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과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북한이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미국, 한국과 또다시 공방을 벌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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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는 “유감스럽게도 일부 나라들이 러시아의 나쁜 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Regrettably, other states are reinforcing Moscow’s bad behavior. The PRC is the largest provider of assistance and dual-use technology to Russia’s defense industrial base. Iran and the DPRK have supplied weapons to Russia, and we assess that the DPRK has sent 3,000 soldiers to Russia, apparently in support of Moscow’s war effort. We are closely watching these dangerous and highly concerning developments, and consulting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on the implications of such a dramatic move.”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에 가장 많은 지원과 이중용도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이고, 이란과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북한 ‘파병’ 주시 중…안보리 결의 이행 촉구”
이어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3천 명의 군인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터너 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도 우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Furthermore, Iran and the DPRK have escalated their nuclear programs, and both continue to pursue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at erode the very international institutions that for decades have held in check the prolifer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related delivery vehicles. Despite the claim by Russia’s Foreign Minister that the DPRK’s denuclearization is a “closed issue” – in contradiction to Moscow’s vote on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 it is not. We call on Russia and China to honor their responsibilities in this regard including implementing binding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이란과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고, 두 나라 모두 수십 년 동안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운반 수단의 확산을 견제해 온 국제 제도를 약화시키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끝난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러시아의 표결과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터너 대사는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관련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국가들도 북한 규탄…북한 반발
이날 회의는 지역 안보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과 영국, 에스토니아, 유럽연합 등도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유리코 로드리게스 포르투갈 군축∙비확산 부문 대표는 “포르투갈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용되는 군사 장비와 탄도미사일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을 규탄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드리게스 대표] “Portugal condemns the provision of military equipment and ballistic missiles by the DPRK to Moscow for use against Ukraine, which increases the human toll of Russia’s war of aggression. We urge Pyongyang to cease its illegal activities and to abide by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e express our concern with the deepening of the political and military relations between DPRK and Russia, including the Strategic Partnership Treaty signed last June, in the context of Putin´s visit to Pyongyang.”
또한 “북한이 불법 활동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함께 지난 6월 체결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함한 북러 간 정치, 군사적 관계 심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라인 탐사르 유엔주재 에스토니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개입했다는 최근 보도는 매우 우려되며, 이는 위험한 긴장 고조를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 다른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총알받이(cannon fodder)를 공급받는 관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북한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서방 국가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명웅 북한 외무성 전문가(Expert)는 “미국의 지속적인 전쟁 지원과 군사적 대결, 진영 간 대결 행위는 역내 안보 환경과 전략적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명웅 전문가] “The U.S.'s continued war support, military confrontation and inter-camp showdown acts are the main root cause destabilizing the security environment and strategic balance in regions. This year alone, the U.S. is prolonging the situation by providing Ukraine with astronomical amounts of lethal military hardware and openly instigating the bloodshed in the Middle East by continuing military support to Israel in defiance of the protest and denouncement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특히 “올해만 해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치명적인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국제사회 항의와 비난을 무시한 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하면서 중동 유혈 사태를 공개적으로 선동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선 “미국 주도의 동맹이 핵을 기반으로 하는 군사 블록으로 진화하면서 심각한 변화를 맞고 있다”며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되는 연합군사 훈련과 올해 3월 ‘핵무기 사용계획 지침’에 대한 개정 등을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는 주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각국의 반박 발표 시간에도 발언권을 요청해 앞선 미국과 유럽 나라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조명웅 전문가에 이어 등장한 북한 대표는 “70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핵 위협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촉발했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적대 행위와 군사적 협박이 북한이 핵무기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역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It is an undeniable fact and history that the US nuclear threats, which has lasted over 70 years, triggered of the DPRK access to nuclear weapons, and that hostile acts and military blackmail by the United States and its followers have been a decisive factor compelling the DPRK to steadily advance the instrument of its nuclear force. The truth is always simple. Some countries keep talking about the DPRK’s self-defensive nuclear position, yet hardly any words could be heard from them talking about the United States, the chief author of worsening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Such allegations sound like Hamlet without the Prince of Denmark… The concept of the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Korean peninsula has now gone extinct, theoretically, practically and physically.”
이어 “일부 나라들이 북한의 자위적 핵 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주범인 미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거의 듣지 못했다”며 “이러한 주장은 덴마크 왕자가 빠진 ‘햄릿’ 연극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개념은 이제 이론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소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미국의 터너 대사는 반박권을 요청해 “미국과 한국은 위험을 줄이고 안보, 투명성, 검증 및 기존 의무 준수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무기 통제와 군축, 비확산 노력에 계속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In response to my DPRK colleague, let me just say simply that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continue to contribute to efforts on arms control,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which aim to reduce risk and enhance security, transparency, verification and compliance with existing obligations. This is in sharp contrast to the DPRK case, unlawful and destabilizing ballistic missile and WMD programs, while it refuses to engage in dialog.”
그러면서 “이는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북한의 사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도 북한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성명에는 두 가지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첫째로 북한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직면한 확장억제는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There are two clear errors in the DPRK statement. First, the DPRK is confusing the cause and effect. The extended deterrence that the DPRK faces is brought on by themselves through its ever growing illegal nuclear missile programs. Our combined defense and deterrence posture is long standing, routine and defensive. Also, it is legitimate. Unlike the DPRK is illegal nuclear weapons program, like what it claims the DP DPRK is nuclear weapons program. Is this state destabilizing the regional stability. It is the root cause of the heightened attention on and around the Korean peninsula. Second, the DPRK is mistaken in its status and obligation.”
아울러 불법인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달리 미국과 한국의 연합 방어와 억제 태세는 합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둘째로 북한은 자신의 지위와 책무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 누구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북한의 의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핵무기를 비핵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 대표가 한 차례 더 반박 발언을 하고, 김성훈 참사관도 여기에 대응 발언을 하면서 양측은 이날도 공방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북한은 주말을 제외하고 엿새 연속 유엔총회 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게 됐습니다.
양측은 지난 21일과 22일, 24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파병, 핵개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으며, 23일과 25일에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3위원회에서 열악한 북한의 인권 현실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