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연이어 통화를 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국방정보본부는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관한 준비도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이고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가 특정 지역에 배치된 상황”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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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29일)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저녁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실전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며 북러 군사밀착의 이해관계자인 한-우크라이나가 긴밀히 소통하자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정보와 전문 지식의 교환을 강화하고, 긴장 고조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 전략과 대응 대책 목록을 개발하기 위해 최고위층을 포함한 모든 수준에서 접촉을 강화하고, 공동 파트너를 협력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했다”며 “이 합의의 틀 내에서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곧 대표단을 교환해 행동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특사를 지정하고 와서 얘기할 플랜을 짜는 데는 하루 이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주 내로 우크라이나 특사 파견 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젤렌스키 대통령과 소통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북러 군사 밀착의 이해관계자라고 규정한 대목에서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에 심각한 위협일 수 밖에 없다며 한-우크라이나 정상 간 직접 소통은 공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이상 한국으로선 당연히 상황을 대응해야하는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여기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 수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거기부터가 양국 공조의 시작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우크라이나 정상 간 대화 내용의 수위가 높다며 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파병이라는 1차 레드라인에 이어 전투 참여라는 2차 레드라인까지 뚫릴 수 있는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러시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아직 북한군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확인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심층 분석이 우선 필요하고 향후 있을 미국 등 서방과의 조율을 감안할 때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굉장히 여러 방식으로 중구난방 정보가 모아지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것들이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이후에 한미간 조율도 있을 수 있고 서방과의 조율도 있을 수 있고 이런 조율이 이뤄진 다음에 한국 내부에 NSC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심층적으로 논의가 돼야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양국 특사 파견을 통해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이 논의될 수 있을까요?
기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기 지원 결정 시점에 대해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차적으로는 방어무기 지원을 얘기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살상 무기 지원을 결정할 레드라인에 대해선 “침착한, 절제된,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대응 방안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155mm 포탄 지원 검토설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포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틀린 얘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은 또 오늘 캐나다 총리와도 통화를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논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은 30일 가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히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캐나다가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이어 나가야 한다며, 조만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장관급 회의’에 한국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정부 대표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유럽과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인 만큼,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며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파병된 북한 군 동향에 대해선 추가로 확인된 게 있나요?
기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군인 규모는 최소 1만 1천명 이상으로, 그 중 3천명 이상은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들은 몇 군데로 나눠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은 러시아의 군복, 무기 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 군 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과거 우리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당당하게 대한민국 군복을 입고 명분 있게 싸웠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본부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파병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며 “쿠르스크 등 전장으로의 이동이 임박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지역까지 침투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나요?
기자) 미국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간) 2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투했다”며 “당국자들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하게 되면 침투 병력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28일 리투아니아 공영 방송 LRT의 보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비영리단체 ‘블루/옐로’의 대표 요나스 오만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이 지난 25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충돌했고 이 전투에서 “북한 사람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방정보본부는 “파병된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됐다는 정확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북한군 전사자가 나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뒷받침할만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를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침투했다면 그나마 북러 조약에 근거를 둔 파병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라며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쿠르스크로 가는 건 그나마 명분을 살리겠다는 생각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우크라이나까지도 결국 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도네츠크로 가고 그러면 그 문제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현재로선 조금 조심스럽다 그렇게 보이긴 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방정보본부는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실험 동향과 관련해 “현재 풍계리 내 핵실험장의 내부 준비는 끝낸 것으로 보이고 3번 갱도를 이용한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미대선을 비롯한 전략환경을 고려해서 김정은이 결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관한 준비도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이고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대한 준비가 끝나 특정 지역에 배치된 상황"이라며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을 위한 ICBM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그 시기는 다음 달 미국 대선 전후로 내다봤습니다.
양욱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미 대선과 차기 행정부를 겨냥한 전략도발 셈법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세 과시 차원에서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트럼프가 되든 해리스가 되든 북한의 우선 목표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최대 성과를 얻어내고 그 다음에 러시아를 완전한 동맹으로 옭아매는 것 이게 북한의 제일 우선순위일 거에요. 어설프게 미국과 협상한다거나 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러 관계에 대해 "혈맹관계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상호 간 방위 능력이 강화되도록 지원을 교환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러시아의 우주·첨단군사 기술을 수용할 뿐 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 현대화도 추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