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외교수장, 우크라전 고리로 결속 강화 의지…한국 “단계적 대응” 거듭 경고

1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후 러시아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스키 철도 터미널에서 김일성의 1949년 소련 방문을 기념하는 기념패 제막식에 참석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국제적인 중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북러 외교수장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한 결속을 강조했습니다. 북러가 군사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단계적 대응을 거듭 경고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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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외교수장, 우크라전 고리로 결속 강화 의지…한국 “단계적 대응” 거듭 경고

진행자) 북러 외교수장들이 지난 1일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모스크바 외무부 리셉션하우스에서 3시간 이상 ‘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과 특수서비스 즉 안보 분야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가 구축됐다”며 “이는 우리와 당신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안보 목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1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수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최 외무상은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현명한 영도 아래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승리의 그 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러 양측은 이번 전략대화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러는 지난 6월 열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쌍무관계 발전을 위한 실천적 문제들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러가 여전히 파병 문제에 관한 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 군이 직접 격전지 전투에 참가할 목적이라면 추가 파병 문제까지도 논의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향후 러북 관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자들이거든요. 그러니까 포괄적 협력관계, 추가 파병부터 시작해서 경제협력 군사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그 다음에 국제사회 대응 이런 걸 협의했을 것 같고요.”

진행자) 북한이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하면서 또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나요?

1일 북한이 비공개 장소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이 사출되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기자) 러시아 측은 회담 결과를 담은 공보문을 전략대화 이튿날인 2일 배포했습니다.

공보문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침략정책을 억제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최근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한동맹이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그런 북한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러시아의 핵우산을 추가로 펼쳐서 한미 핵 기반 동맹에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북한이 하고 있는 핵 미사일 고도화와 관련해서 러시아는 지지한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경우에 따라선 그와 관련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압박하는 그런 의미도 있을 거에요.”

공보문은 또 이번 전략대화에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기타 지역들에서 정세 격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의 도발행위에 있다는 데 대한 공동인식이 표명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쌍방은 전통적인 북러 친선관계를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 세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조항들을 정확히 이행하려는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지난 주말엔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죠.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2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달 31일 성명을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일 게재한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 담화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부부장은 신형 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노선 변경이란 있을 수 없고 핵 무력 강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변화를 기대하는 멍청한 짓을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국가들이 핵에 기반한 군사블럭을 만들어 엄중한 위해를 가해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유엔 사무총장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편견적 입장이 미국과 추종세력의 적대행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부각되면서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대응이 한층 공세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 입장에선 유엔을 계속 견제하고 비판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군사안보 공조, 여론 공조와 관련해서 자신들의 역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그런 이점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엔의 역할 특히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북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나요?

31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한국 대통령실)

기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 공조는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점검해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더욱 튼튼하고 강력하게 안보를 지켜나가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군사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한 북러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러가 추가적인 군사협력 심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면 이는 개탄할만한 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북한 군 파병을 비롯한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재차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동맹과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지난 30년 동안 불법 핵 미사일 개발을 통해 역내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위협해오던 세력이 누구였는지는 자명하다”며 “한미 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중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처음 반응을 보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외교부 건물 전경.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 병력 이슈에 대한 중국의 침묵에 놀랐다’고 했는데 이런 언급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최근 몇몇 관련 보도와 각 당사자 반응에 주목했다”며 “조러는 두 독립 주권국가로, 양자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그들 자신의 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조러 양자 교류, 협력의 구체적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각 당사자가 국면의 완화를 추동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중국의 반응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중국 외교부의 이런 언급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미묘한 반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러 밀착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파병 움직임 자체는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불특정 장소에서 행군을 진행하고 있다. (화면출처: @Parapax via Telegram)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전이 장기화하는 데 대해선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되거나 중국이 직접 연루되는 데 대해선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기나 미한동맹 또는 미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요건이 만들어지는 데 대해서도 반대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소장은 중국이 북러 밀착에 대응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중국은 최근 한국을 어느 정도 지원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전격적인 비자면제도 저는 그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외교에선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8일부터 한국 등 9개국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소장은 주고받기식 외교에 철저한 중국으로선 아주 이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