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사법 리스크 딛고 백악관 재입성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초기 결과 발표 후 단상에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각종 사법 리스크를 딛고 4년 만에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인물인지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946년 6월 미국 뉴욕 퀸스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독일 이민자의 아들로 부동산 개발업자였고,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이민자였습니다.

“뉴욕 출신의 부동산 재벌로 명성 얻어”

트럼프 당선인은 사립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포드햄대학교에서 2년간 공부한 후 명문 펜실베이나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후에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뉴욕 심장부 맨해튼에서 수익성 높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1980년에는 파산한 호텔을 인수해 완전히 새로운 호텔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했고, 1983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Trump Tower)’의 문을 열며 부동산 재벌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5월 트럼프 당선인의 순자산가치를 75억달러로 추산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부동산 업계를 뛰어넘어 다른 다양한 분야에도 진출했습니다. 1996년 세계 최고의 미녀를 뽑는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사들여 2015년까지 미스유니버스와 미스 USA, 미스 틴 USA 등 미인대회를 주관했습니다.

2004년엔 NBC 방송의 리얼리티쇼 ‘견습생(The Apprentice)’의 공동 제작자이자 진행자 역할을 하면서 “You’re fired!(넌 해고야!)”란 독설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첫 대선 도전에 대통령 당선 이변 연출

2015년 8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미국 아이오와 주 데스모인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당선인이 2015년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정계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그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을 받았고,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누르고 당선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정치 평론가들은 그의 승리를 일자리를 잃고 밀려난 백인 저소득층의 주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 욕구에 따른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기치 아래 4년 재임 기간 중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철저히 미국의 이익과 미국민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쳤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2017년 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위한 서명을 한 후 문서를 들어보이는 모습.

대통령 취임 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시작으로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 합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여러 국제협약에서 줄줄이 탈퇴했습니다.

동맹조차도 ‘거래’ 대상으로 간주해 한국에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습니다.

또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을 상대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무역 전쟁’을 벌였고, 한국에도 미한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협박해 재협상을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이어지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또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뒤에도 이른바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김정은과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자신이 재선되면 북한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But now I got along with them and we stopped the missile launches from North Korea. Now North Korea is acting up again. But, when we get back, I get along with him.”

2020년 대선 패배와 의사당 습격 사건

지난 2021년 7월 6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포함해 10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승복하지 않았고 법정 다툼을 예고했습니다.

2021년 1월 6일엔 부정 선거를 주장하던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서 진행되는 바이든 대통령 승리 인증 절차를 저지하기 위해 워싱턴 D.C.의 의사당을 습격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의사당 습격 사건 일주일 만에 미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란 선동 혐의로 탄핵 소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2019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매개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혐의로 탄핵 소추를 받은 데 이어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당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초반부터 경쟁자 압도

백악관 재입성을 위해 와신상담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2022년 11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어를 내걸었습니다.

당내 경선에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경쟁자들을 초반부터 압도했습니다.

각종 사법 리스크도 계속됐지만, 그는 이런 사법 리스크를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며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 성추문 입막음 혐의, 2020년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한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 총 4건에 이르는 혐의로 형사기소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형사기소된 건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는 관련 1심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에 대한 총 4건의 형사 기소 사건 관련 공판 절차는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재차 언급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정적 탄압 차원에서 자신을 수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 시도 후 인쇄된 신문 1면의 헤드라인.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암살 기도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 총격을 받았지만 총알이 오른쪽 귀를 관통하면서 살아남았습니다.

총격 현장에서 단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가 상황 정리 후 이동하면서 성조기 아래에서 주먹을 치켜들고 지지층에게 “싸우자(fight)!”고 외쳐 극적인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경호원들이 용의자를 제압하면서 암살 위기를 넘겼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이면 78세의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또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22대∙24대)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첫 임기 이후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징검다리’ 집권 대통령이 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의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수 차례 자신이 핵을 가진 김정은과 잘 지내왔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최근 미한 양국이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5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가진 대담에서 “그들(한국)은 ‘머니 머신(현급 자동 지급기)’을 가지고 있다”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