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북한 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전투 참전을 공식화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참전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한일 3국은 미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프리덤 에지’ 훈련에 돌입해 북한 도발에 대한 강한 대응 의지를 보였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 국무부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 국방부는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 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는지와 관련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군의 전투 참여가 아직 단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관국과 긴밀한 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 군 파병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12일 브리핑에서 “1만 명이 넘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동부로 보내졌고 이들 대부분이 쿠르스크로 이동해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비교할 때 한층 신중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이런 반응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에 민감했던 이전의 태도와는 달라진 느낌인데요,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일찌감치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미 대선 전인 지난달 22일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리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미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양국 간 정책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한국 내 여론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제휴전 가능성이 높아졌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확전이나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라든지, 국내적으로도 지금 합의는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좀 더 신중해졌다고 봐야겠죠.”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침이 확고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사실상 중단할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황과 협상 국면의 진행 양상에 따라 한국의 대응이 유동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전투가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꺼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본격 참전이 향후 미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미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주목하겠지만 이 사안으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기 보다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응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장 박사는 또 북한도 우크라전 참전이 미국에 대화를 압박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 것이라며 자신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참전의 우선적인 목적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받고 제재를 사실상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게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 조약이고 참전 문제거든요. 그렇게 보면 북한은 지금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맥락이 큰 것이지 당장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거나 당장 끌어내기 위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원곤 교수는 북한 군 참전이 조기 종전을 추진하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부담일 수 있겠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러시아를 압박해 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과 파병에 대해서 러시아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요. 파병 철회해라, 휴전 협상이 어쨌든 시작되면 러시아한테 유리한 건데 여기에 북한까지 끌어들여서 문제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돌려보내라, 그건 북한과 얘기할 게 아니라 러시아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죠.”
진행자) 김 기자, 이런 가운데 미한일 3국이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에지’ 훈련을 오늘부터 시작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미한일은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2차 프리덤 에지 훈련에 나섭니다.
미한일은 지난해 8월 미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지난 6월 1차 프리덤 에지 훈련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훈련에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과 히긴스함, 맥캠벨함, F-35A 전투기 등을 보냅니다.
한국에선 이지스 구축함과 서애류성룡함을 비롯해 충무공이순신함과 F-35A, F-15K 전투기 등이, 일본에선 하구로함과 P-3 해상초계기, F-15J 전투기 등이 참가합니다.
이번 훈련에선 5세대 전투기가 참가하는 공중훈련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전 훈련, 대해적 훈련, 방공전 훈련, 사이버방어 훈련 등 다영역 훈련이 시행됩니다.
미한일은 그동안 B-1B 등 미국 공중 전략자산이 전개될 때 이를 한일 전투기가 엄호하는 형태의 연합훈련을 시행했는데 공중 전략자산 없이 3국 전투기만으로 구성된 연합훈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훈련은 북러가 군사동맹 수준의 밀착을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건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한국 합참은 “3국은 최근 고위급 협의 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의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한 바 있으며, 이번 훈련은 이러한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전투 참여로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번 훈련이 이런 북러 밀착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의 최근 도발 행동에 대해서 강한 의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이 있을 것이고요, 북한이 우크라전에 참전한 상황이고 추가 병력이 보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훈련을 통해서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 경고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프리덤 에지는 미한 연합훈련 ‘프리덤 실드’와 미일 연합훈련 ‘킨 에지’를 합쳐 만든 이름으로, 미한동맹과 미일동맹을 토대로 미한일 군사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