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영국의 BBC가 19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꾸준히 진격해온 러시아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BBC는 해설했습니다.
익명의 당국자는 지뢰가 곧 제공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BBC에 밝혔습니다.
또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인구 밀집지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우크라이나 측이 약속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습니다.
◾️ 동부전선 러시아군 저지
지금 상황에서 지뢰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긴 전선에서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하려는 우크라이나군에게 필수적”이라고 BBC는 짚었습니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병력을 계속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타격하고 있다”며 긴박한 전황을 워싱턴포스트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는 분명 손실을 보고 있으며, 더 많은 마을과 도시가 함락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번에 제공하는 지뢰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방어 목적에) 특별 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 ‘비지속성’ 특별 제작
미 국방 관계자는 이 특별 제작 지뢰에 관해, 일정 시간 동안만 활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비지속성’ 지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는 러시아의 기계식 지뢰와 달리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비활성화됩니다.
전자식으로 작동하는데, 폭발하려면 배터리 전원이 필요한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설치 이후 며칠에서 몇 주가 지나 전원이 방전되면 폭발하지 않습니다.
◾️ 미국 300만 개 비축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2년 기준 대인지뢰 약 300만 개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차례 사용된 것 외에 사용된 사례는 없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4년 미국은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폐지했습니다.
그 뒤로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이 정책을 부활시켰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외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원칙을 다시 공표하면서 ‘오타와 협약’에 가입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 대인지뢰금지협약
오타와 협약은 지난 1997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120여개국 서명으로 채택한 국제협약인 ‘대인지뢰의 사용·비축·이전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약칭 대인지뢰금지협약)’을 가리킵니다.
러시아와 미국은 이 협약의 서명국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는 서명국입니다.
◾️ 인권단체 “충격적이고 파괴적”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메리 웨어엄 부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습니다.
이어서 “비지속성 지뢰라도 민간인에게 위험을 초래하고, 깨끗이 해체하기가 어려우며, 확실하게 비활성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HRW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가 전장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 이어지는 ‘정책 전환’
미국은 이번 대인지뢰 공급 결정을 비롯해,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과정에서 정책 전환을 이어가는 양상입니다.
앞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육군전술미사일체계)의 ‘주요 전선 방어 목적’ 사용 제한을 풀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다고 지난 17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틀 뒤인 19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브랸스크 지역 시설물을 겨냥해 에이태킴스 여섯 발을 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 다섯 발은 러시아 방공 전투 요원들이 요격했고, 한 발은 손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 두 명은 19일 BBC에, 우크라이나가 쏜 에이태킴스는 여덟 발이고, 요격된 것은 두 발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에이태킴스 관련 정책 변화를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인지뢰 공급에 관한 공식 입장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