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는 등의 1박 2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러우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방북은 북러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서방에 양국 동맹관계를 과시하는 등의 다목적 행보였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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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평양을 찾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30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9일, 러시아 연방 군사대표단을 인솔하고 북한을 찾은 벨로우소프 장관을 접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군대, 인민은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연방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서방이 크이우 당국 즉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자국산 장거리 타격무기들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게 한 것은 러시아 영토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정당방위권 행사”라고 두둔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벨로우소프 장관은 국방 분야와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 그리고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문제들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고 만족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서 이룩한 합의에 따라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보다 활력있게 확대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따뜻한 동지적 인사를 전했고 특히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 군 부대를 초대했습니다.
진행자) 벨로우소프 장관의 방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격화된 가운데 이뤄진 것 아닙니까. 이미 파병까지 한 북한과 이번에 어떤 합의가 나온 게 있나요?
기자) 북한과 러시아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벨로우소프 장관의 만남을 보도하면서 양국 간 구체적인 군사협력 관련 합의는 물론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영토 완정 정책에 대한 북한 군대의 지지 입장과 군사 분야 관계 발전을 언급한 만큼 벨로우소프 장관 방북 기간 추가 무기와 병력 지원, 이에 따른 러시아의 대가 제공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러시아 전장에서의 상황에 대한 평가와 추가적인 지원 문제가 당연히 논의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러시아의 대북 지원, 이게 뭐 직접적으로 얼마나 전략적 균형을 바꿀 수 있는 무기들을 또는 관련된 기술을 주고 있는지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고 신중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작은 기술들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 기술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방공, 대공 무기를 넘어선 기술협력 가능성을 같이 지켜봐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고.”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벨로우소프 장관과 함께 평양을 찾은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방산 획득 담당차관이라며, 재래식 무기와 탄약에 이어 최근 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 등을 지원받은 러시아는 북한에 해군과 공군의 노후화된 무기체계 현대화와 전투기 지원 등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벨로우소프 장관이 북한 군을 전승절에 초대했는데 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기자) 두진호 박사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는 러시아 동맹국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참전까지 한 북한을 초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전승절 자체가 아마 글로벌 사우스 국가 정상들이 엄청 집결할텐데, 줄서기도 하고, 더욱이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하고 4달 정도 지난 시기라서 이 80주년 행사가 굉장히 규모 있게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이고 그 판에 북한 김정은이 들어가게 되면 그야말로 그 자체로 전략적 지위가 상승되는 것이고 다자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옛 소련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은 다양한 러시아 군 부대와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내년 전승절 행사에 대해 “역대 최대 행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러시아는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과 베트남, 팔레스타인 등 지도자들을 초청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필요성이 커졌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전향적 태도로 나설지 여부를 지켜보겠지만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과시하면서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답방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러우 전쟁의 전황과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종전 협상 진행 여부 등이 김 위원장의 방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벨로우소프 장관의 이번 방북의 대외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벨로우소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벨로우소프 장관의 이번 방북이 양국의 방위력 강화와 안전보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러관계가 “지역정세를 완화시키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보장 장치로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유럽과 한반도를 연계해 두 지역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찾겠다는 의도를 담은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그 일환으로 북러 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 입장에선 북러 연합훈련 등이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그래서 한미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면 결국 북러 동맹도 이렇게 한반도에서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이런 압박 카드로 그런 부분들이 교환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아직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벨로우소프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을까요?
기자) 벨로우소프 장관의 이번 방북은 비록 1박 2일로 짧았지만 숨가쁜 일정이었습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평양에 도착해 노광철 국방상과 회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예방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한 환영 공연과 연회에 참석했습니다.
이튿날인 30일엔 1945년 북한이 해방되는 과정에서 전사한 소련 병사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세워진 해방탑과 김일정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과 참전 사실을 공식화하면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 당국이 러우 전쟁을 미국과 추종세력에 맞선 반제계급투쟁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광철 국방상은 연회에서 “반제자주를 위한 공동전선의 한 전호에서 날로 굳건해지고 있는” 두 나라 관계를 강조했다며, 군사동맹 수준의 대러 관계를 주민들에게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사회주의 독립국가론을 요새 얘기하면서 그런 계급투쟁론을 다시 내부적으로도 얘기를 하고 그래서 주민들을 통합시키고 전쟁에 참전하는 명분을 찾아야 되니까 그럴 거에요.”
벨로우소프 장관은 3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노광철 국방상과 정경택 북한 군 총정치국장 등의 환송을 받으며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