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탄핵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의 광화문에 나가 있는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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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간밤에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국민들의 충격이 컸을 텐데요. 지금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충격에 휩싸였던 한국 국민들은 계엄 해제 이후 평온을 되찾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전국 주요 도시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 위법한 행위라며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광화문에도 지금 많은 시민들이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간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요약해 주시죠.
기자)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5분께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국 국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뒤에도 10명째 탄핵 절차가 추진 중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할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습니다.
박 총장은 밤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발동을 저지하기 위해 밤 11시께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고 이에 따라 의원들이 국회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에 진입하려는 의원과 의원 보좌진, 그리고 계엄군 간 대치가 벌어졌고 계엄군은 의원들이 집결한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국회는 4일 새벽 1시께 의결정족수를 넘은 190명의 의원이 모인 가운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27분께 생중계 담화를 통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응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한 겁니다.
진행자) 김 기자, 계엄 선포가 해제됐지만 한국 야당은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점이 탄핵의 사유로 담겼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4일 비상시국대회에서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박찬대 원내대표]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와 내용 모두 헌법 위반,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입니다. 군인과 경찰들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난입함으로써 국헌 문란의 내란죄를 완성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집권여당은 이 사태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요?
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이 당의 한동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비상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 3가지를 이번 사태의 후속 대응책으로 제시했습니다.
한 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런 자신의 제안을 설명하면서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에 대해선 대체로 뜻이 모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세 번째 제안인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야당이 절차에 들어간 탄핵소추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금 이후 첫 번째로 열리는 본회의인 5일 0시 1분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됩니다.
재적의원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민 의원을 포함하면 야당 의원은 총 192명입니다.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의원이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셈입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탄핵이 가결되면 권력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태순 평론가] “현재 분위기로 봐선, 어제도 국민의힘 18명이 들어가서 계엄 해제를 찬성한 것 아닙니까. 탄핵소추로 가든 자진 하야로 가든 이른바 대한민국의 권력 공백이 생기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진행자) 김 기자, 이번 사태를 지켜본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미한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4일 한국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밤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싶다”면서도 “그와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으로부터 고무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굳건한 동맹국이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을 향한 우리의 동맹과 헌신은 변함없고 철통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한국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명확하다”면서 “이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 가치를 고리로 한 미한 결속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진영의 가치연대 이걸 민주주의 네트워크, 미국 중심의 진영질서를 만드는 데 핵심 가치로 내세웠는데 이번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여기에 사실상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트럼프의 경우에도 글로벌 정세의 안정화를 통해 미국 국익을 달성하려는 상황인데 사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한반도의 새로운 불안정을 야기하는 선택에 가깝거든요.”
진행자) 한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하고 지금도 쓰레기 풍선 등 심리전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기자)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남 심리전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물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그동안 쓰레기 풍선이나 GPS 도발, 사이버 도발 등을 해왔는데 일단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요. 다만 지금 러시아에 용병을 파견했기 때문에 아마 물리적인 인명 피해나 물자 피해를 유발하는 그런 도발까지 가기는 좀 부담스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김명수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4일 오전 긴급 작전지휘관 화상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의장은 당분간 대북감시와 경계작전 등 대비태세 임무 이외의 부대 이동은 합참 통제 하에 실시하도록 했습니다.
합참은 비상계엄 해제에 따라 평시작전 지휘체계를 복원하고 군 부대의 이동에 따른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계엄 선포 이후 발령된 경계태세 2급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4일 오전 폴 러캐머라 미한연합사령관과도 현 상황에 대한 공조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