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차고지서 또 한국 버스 대거 사라져…남은 버스 100대 미만  

개성 시내에서 11월 20일에 발견된 한국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 개성공단 차고지에 남아있던 한국 버스가 또다시 대거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성 시내에서는 한국 버스가 발견되면서 북한의 무단 사용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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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차고지서 또 한국 버스 대거 사라져…남은 버스 100대 미만

북한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큰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VOA가 4일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차고지 동쪽 구역에 있던 버스가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올해 3월(위)과 11월(가운데), 12월(아래)의 위성사진. 12월 동쪽과 서쪽 지대의 버스가 다 사라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동쪽 구역 버스 사라지며 맨 바닥 드러내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차고지가 맨 바닥을 드러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VOA는 지난달 18일 자 위성사진을 분석해 차고지의 서쪽 지대에 있던 버스가 일제히 사라졌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약 2주 만에 동쪽 구역의 버스도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또 중심부에 있던 버스도 지난달 초에 비해 그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빈 바닥의 면적이 더 넓어졌습니다.

과거 한국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되던 시절 북측 근로자 출퇴근 편의 제공을 위해 한국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290여 대를 제공했습니다.

이들 버스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약 30대를 제외한 260여 대가 개성공단 차고지에 남겨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차량의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약 8년이 지난 최근엔 130대 정도만이 차고지에서 발견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버스 여러 대가 사라지면서 이제 개성공단 차고지에 남은 한국 버스는 100대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개성공단 중심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버스 등 차량(원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개성시내로 재배치됐을 가능성

앞서 VOA는 올해 2월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해 개성 시내 약 10개 지점에서 한국 버스 약 85대를 발견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차고지로 추정되는 2개 지점에선 각각 60대와 14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발견됐습니다.

북한이 개성시내로 버스를 옮긴 사실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개성 시내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올해 2월 한국 버스 60대가 발견됐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이런 가운데 실제로 지난달 개성 시내에선 한국 버스가 발견돼 주목됩니다.

구글어스에 공개된 에어버스의 지난달 20일 자 위성사진에는 파란색 에어로시티 버스가 개성시 서쪽 지역 한 건물 공터에 서 있는 장면이 보입니다.

에어로시티 버스는 지붕 앞부분에 에어컨이 돌출돼 있어 일반적으로 북한이 운용하는 버스와 구별됩니다.

이날 위성사진은 개성시 서쪽 일부분의 모습만을 담고 있습니다. 중심부가 제외된 외곽 지역에서 버스가 발견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 바깥 지역으로 버스를 재배치한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6월 북한의 버스 무단 사용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버스를 포함한 북한의 불법적 재산권 침해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북한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성공단 곳곳에서 변화 포착

개성공단에선 최근 많은 변화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중심부의 한 공터에 등장한 하얀색 물체(사각형 안). 사진=Planet Labs

VOA는 지난달 개성공단 중심부와 북쪽 지대의 공장 공터에서 가로 30m, 세로 약 15m 크기의 직사각형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정확한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작지 않은 크기로 볼 때 많은 양의 자재를 쌓아둔 것이거나, 짧은 시간 내 만들 수 있는 간이 건물이 세워졌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9월 개성공단 도로 약 21곳의 횡단보도가 새롭게 도색됐고, 개성공단 내 한 부지에는 가로 50m, 세로 10m 규모의 건물이 완공됐습니다.

아울러 개성 쪽 기존 출입구는 새로운 형태로 재건됐으며, 출입 시설 외곽 지역에는 가로 37m, 세로 22m 크기의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습니다.

또한 최근 1년 간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도로, 공터에선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이 발견되고, 일부 공장에선 자재가 없어지거나 나타나는 등의 움직임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거나, 본격적인 재가동을 준비하는 정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2005년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으며, 최대 5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120여 개 한국 기업이 운영됐으나, 2016년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이후 한국 정부는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을 동결하고, 2020년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