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ICC) 당사국 총회에서 북한 인권 책임 규명 관련 회의가 부대 행사로 열렸습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을 ICC에 회부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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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막해 7일까지 열리는 23차 ICC 당사국 총회 기간 중인 4일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을 물을 새로운 기회 모색’을 주제로 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후원으로 한국 정부와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국제법률단체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RC),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행사는 북한의 잔혹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소개했습니다.
“10년째 북한 ICC 회부 못해”
이들은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을 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고, COI의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도 승인됐다”면서 “그러나 지난 10년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는 북한 상황을 ICC에 회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안보리 회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회부가 증가하면서 북한이 저지른 국제 범죄에 대해 124개 로마규정 당사국 중 한 곳 이상이 (북한을) 회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다른 당사국의 영토에서 저지른 추방, 박해, 기타 비인도적 행위는 (ICC) 회부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검찰의 예비 조사 개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ICC가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이 ICC에 사건을 제출하거나, 해당 국가가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회부하는 것이 증가해 북한의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도 ICC가 조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보도자료] “While a Security Council referral appears unlikely, a recent spike in state referrals where the ICC can exercise jurisdiction raises hope for possible state referrals from one or more of the 124 States Parties to the Rome Statute, for the international crimes perpetrated by North Korea. North Korea’s deportation, persecution and other inhumane acts committed partly on the territory of other States Parties may be eligible for state referrals, leading to the opening of preliminary examination by the Prosecutor.
이들은 또 “유엔의 주요 사법 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집단학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제노사이드 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기타 인권 조약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여러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당사국이 제기한 사건들도 포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노사이드 협약 위반 혐의로 제소할 수도”
특히 북한은 1989년 제노사이드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 집단에 대한 잔혹한 박해 등을 벌이고 있다면서 다른 당사국이 북한을 제노사이드 협약 위반 혐의로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자료] “In a parallel legal development, the ICJ, the UN’s principal judicial organ, is hearing a series of cases alleging violations of the Genocide Convention, the Torture Convention and other human rights treaties, including those instituted by States Parties that are not the direct victims of the alleged violations. These cases raise the interesting prospect of States Parties to the Genocide Convention instituting proceedings against the DPRK for its possible violation of the Genocide Convention, to which it acceded to in 1989 without reservations—especially in the context of the brutal persecution of Christians and other religious groups, and the forced abortion and infanticide against mothers repatriated from China and their children based on gender and racial grounds.”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 분석관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점령 지역을 포함한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를 경우, ICC는 이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노예화와 고문, 구금 등의 반인도 범죄도 ICC의 관할권 안에 있다면서 ICC 수사 실현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북한 군인과 노동자들의 귀순을 유도하는 정보 유입과 함께 귀순자를 대상으로 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2016년 9월 탈북한 이철은(가명) 씨가 보위부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목격했던 인권 침해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이 씨는 “도 보위국 구금소에서 (죄인에 대한) 예심 과정 중 정치범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관리소로 보내는데, 이는 그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살아서 평생 강제 노역을 하며 생지옥을 맛보게 하는 처벌”이라며 “관리소 안에서 고통 속에 죽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기간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당하다 죽더라도 가족들은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수 없고, 재판 또한 유명무실하다”면서 “이런 현실을 두고 나온 저는 북한 바깥에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ICC 에 회부하도록 독려하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이 결의안을 “단호히 배격한다”며 반발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미국의 사주에 따라 매년 유럽연합이 상정하는 반북 인권 결의안 초안은 조작과 거짓으로 가득 차 있어 심의할 가치가 전혀 없는 허위 문서”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