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관리들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뢰가 약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한 동맹과 미국이 추구해 온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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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미국이 한국의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동맹 간의 신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 erodes some of that trust. We are such close allies, we have a lot of troops, over 28,000 troops in South Korea. Who knows if North Korea will take advantage? One would have thought that the US at the highest level would have been apprised of this action on the part of Yoon Suk Yeol. It didn't happen and I think yes, I do think that affects trust...I think the trust relationship between our leadership and Yoon Suk Yeol's leadership is affected by that.”
디트라니 차석대표는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윤석열 정부가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일부 신뢰를 약화시켰다”며 “미국과 한국은 매우 가까운 동맹국이고 미국은 한국에 2만8천명이 넘는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윤 정부 사이 신뢰에 영향 불가피”
특히 북한이 한국의 계엄 사태를 이용할 경우 주한미군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계엄을 선포한 행동은 “미국과 윤석열 지도부 사이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이노 클링크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이날 VOA에 “이 불행한 사건은 바이든 행정부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2만8천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과의 상의 없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크 전 부차관보] “This unfortunate episode does raise doubts in the relationship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with President Yoon. Instituting martial law in a country that hosts 28,500 US troops without consulting with its closest ally warrants concern. I presume that there will be some very candid conversations going on between the national security leadership of both countries to ensure that Washington will not be surprised by Seoul again in such a manner.”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미 정부를 놀라게 하지 않도록 양국 국가 안보 지도자들 간 매우 솔직한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반도 시각으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4일 새벽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자 이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사전에 미 정부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내가 아는 한 미국은 이번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통보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아스펜전략포럼’이 개최한 대담에서 관련 질문에 “지난 24시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크게 오판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또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한국 방문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계엄 사태로 촉발된 한국 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미한 안보 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강력한 메시지 발신할 것”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비판의 메시지를 조금 누그러뜨리더라도 비공개적으로는 한국 군과 행정부 전반에 걸쳐, 또 입법부에도 매우 강력한 메시지도 발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클링너 선임연구원] “I'm sure the US is issuing very strong messages privately throughout the South Korean military and the the executive branch, as well as messages to the legislative branch, even if publicly the messages of criticism are a bit more muted. Washington is trying to balance the criticism of actions against democratic norms of behavior while also not wanting to sever relations with a very important partner so.”
“미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적 행동 규범에 반하는 행동에 대한 비판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촉발된 한국 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수십 년 간 이어진 미한 동맹과 미국이 추구해 온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의 근본적인 틀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미 전직 관리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VOA에 “캠벨 부장관이 윤 대통령의 행동을 불법적이고 대단한 문제가 있으며 심각한 오판이라고 규정한 것은 미국이 이 문제에서 올바른 편에 더 가까이 섰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미국이 한국과 맺고 있는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윤 대통령 정책에 대한 한국 일각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한국 및 한국 국민을 위한 것이지 특정 한국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것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Deputy Secretary of State Campbell’s most recent labeling of Yoon’s actions as illegitimate, deeply problematic, and a deep misjudgment importantly puts the U.S. much closer to being on the right side of this issue. We must recall that our strong alliance and partnership with Korea is with the Republic of Korea and its people, and not any particular Korean leader, no matter how much some may prefer his individual policies...But make no mistake about it, Yoon has irrevocably discredited himself as a democratic leader and a reliable/trusted US partner.”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민주적 지도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파트너로서 스스로를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자초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윤 정부와 한국 분리해서 보고 있을 것”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윤 대통령의 행동과 한국 전체의 정치적 체제를 “분리해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US would separate Yoon's actions from those of South Korea...It could be that how the martial law and its rescission played out was an indication that South Korean works. So that is a positive reflection on South Korea… I think U.S. officials and experts will see that Yoon's actions are not a reflection of South Korea at large, but that it also is something that is not done in a mature developed democracy.”
계엄 선포 해제 과정은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반영”이라는 것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NCG 무기한 연기 등 한국 계엄 사태에 따라 미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유형의 신중하고 실용적 조치”라며 “다소 징벌적이지만 잠정적인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모호한 시기에 현 상황을 고려해 한국과의 고위급 외교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일 뿐이며, 눈에 띄는 처벌도 아니고 정책 지연을 감수할 만큼 위험한 것도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녹취:사일러 전 분석관] “Actions such as these are the types of things that you see whenever we encounter similar situations around the world and you know it's it's prudent, it's pragmatic, Somewhat punitive. But it's also provisional. During this period where there's ambiguity about whether President Yoon will remain president and for how long, it just was probably a decision in in the in Washington to stand down on high level diplomacy with South Korea out of consideration of the current situation...These are not high visibility punishments and these are not policy risking delays…I was in Korea in 2017 for the Park Geun-hye impeachment... It didn't really have a lot of impact on our national security, our cooperation, our shared military planning and cooperation. Everything went pretty relatively smoothly without interruption.”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큰 영향 없어”
사일러 전 분석관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한국에 주재하면서 주한미군 관련 분석을 총괄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에도 국가 안보와 한국과의 공동 군사 계획 및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며 모든 것이 중단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이 바라보는 위협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북한을 바라보며 한국과 어떻게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결정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근본적으로 한국과의 공조에 있어서 미국의 역내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사일러 전 분석관] “We're looking at the same threat. We're looking at North Korea and determining how we can cooperate to work on it. The same is true with China. So there's no reason to believe that you know inherently the current political turmoil in South Korea would impact that… It depends upon the type of political instability. And I think in in Korea's case there'll be uncertainty, but there's a predictability and stability that everybody's familiar with, and we know it'll take some time unless there's some very big surprise like for example a second martial law or something along those lines...The political instability is what we would be otherwise able to accommodate, so I don't see it being particularly challenging.”
사일러 전 분석관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외교에 중대한 위험 요소인지는 유형에 따라 다르다”며 “한국의 경우 불확실성은 있겠지만, 제2의 계엄령과 같은 아주 큰 돌발변수가 없는 한 다음 절차가 어떤 것들이 될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히 외교에 도전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미한일 공조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도”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일 관계와 미한일 3각 공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VOA에 “크고 작은 폭풍우를 극복해 온 미한 동맹의 힘과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시점부터 철회할 때까지의 위기 기간이 단기간, 즉 단 몇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동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훼손되기에 미한 동맹은 “너무 강하고, 너무 근본적이며, 너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해리스 대사] “U.S.- ROK relations: as I said today during the KEI panel in Washington, I do not believe this will affect the Alliance primarily because of (1) the strength of our Alliance to weather storms big and small, and (2) the short term (i.e., hours) of the crisis from when Pres. Yoon declared martial law to when he rescinded it. Our Alliance is too strong, too fundamental, and too important for even this to damage.”
반면에 “한일 양자 동맹 및 미한일 3각 공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ROK-Japan bilateral and the ROK-Japan-U.S. trilateral: On the other hand, I think this will have a negative impact on both of these because of the lack of trust that Japan will now have regarding the ROK. as a reliable partner. The motion to impeach Pres. Yoon cited as one of the main reasons his move to improve relations with Japan. I believe Japan recognizes the importance of a strong postitive relationship between Tokyo and Seoul; I hope Seoul does, too.”
해리스 전 대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보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탄핵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며 “일본은 한국과 양국 간의 강력하고 긍정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믿으며 한국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