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회에서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과 북한에 10년 이상 장기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유럽연합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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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루에나 유럽 의회 한반도 관계 대표단장이 지난달 말 유럽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중국과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유럽 의회의 입장을 질의한 내용이 10일 공개됐습니다.
“중국, 지난해 10월 탈북민 수백 명 강제 추방”
루에나 단장은 질의서에서 “2023년 10월 중국은 대규모 강제송환 관행의 일환으로 수백 명의 탈북민을 강제 추방했다”면서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간 뒤 고문과 학대를 당하고 강제 송환된 어머니와 아이들은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에 시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질의서] “In October 2023, as part of its practices of mass repatriation, China deported hundreds of North Korean escapees who, once back in their country, were subjected to torture, ill-treatment and ‘forced abortions and infanticide against repatriated mothers and their children’.”
이어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이들 탈북민 중 한 명인 김철옥 씨에 대해 이런 송환 관행이 ‘자의적 자유 박탈’에 해당한다고 명시하며, 중국과 북한 양국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질의서] “Opinion No 37/2024 by the UN Human Rights Council’s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concerning one of these North Korean escapees, Kim Cheol-ok, states that such repatriation practices constitute an ‘arbitrary deprivation of liberty’ and urges both China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to take steps to address the issue.”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지난달 “중국 당국이 김 씨의 자유를 박탈한 것은 세계인권선언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행위이며, 북한 당국이 김 씨의 자유를 박탈한 것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으로 자의적인 행위”라고 판단한 결정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김 씨는 1998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열다섯 살의 나이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이후 중국의 산간오지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남성과 결혼해 이듬해 열여섯 살에 딸을 낳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먼저 탈북해 영국에 정착한 언니들을 만나려다 중국 창춘시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6개월간 구금된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9일 수백 명의 탈북민과 함께 강제 북송됐습니다.
그리고 1년이 넘도록 행방이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9월 23일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VOA의 질의에 “중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의정서의 당사국으로서 항상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으며, 난민 문제에 있어서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국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억류 한국인 선교사 문제도 거론
루에나 단장은 질의서에서 “유럽연합(EU)은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뒤 겪는 고통을 고려해 중국에 탈북민들의 강제송환금지 의무 준수를 요구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질의서] “Will the EU ask China to uphold its obligations with regard to non-refoulement of DPRK escapees, in view of the suffering they have to endure once back in the DPRK?”
또 “향후 북한과 교류할 때, EU는 앞에서 언급한 사례와 함께 북한에 10년 넘게 구금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등 한국인 선교사 3명의 사례를 제기하고 석방을 촉구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질의서] “In any future interaction with the DPRK, will the EU raise the above-mentioned case together with the cases of the three South Korean missionaries detained for over ten years, Kim Jung-wook, Kim Kook-kie and Choi Chun-gil, and call for their release?”
루에나 단장은 그러면서 “EU는 향후 유엔 인권이사회의 연례 북한인권결의안에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명시하는 것을 고려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질의서] “Will the EU consider specifying the above-mentioned cases in the upcoming draft annual resolution on human rights in the DPRK at the UN Human Rights Council, as they did on three occasions for detainees held by the Myanmar junta?”
EU는 해마다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앞서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4월 4일 표결 없이 컨센서스(합의)로 EU가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방광혁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결의안이 “거짓으로 가득 찬 정치화된 문서로 단호히 거부한다”며 “결의안 채택은 미국의 사주에 따라 EU가 연례행사로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방광혁 차석대사] “The adoption of the 'resolutions' is repeated by the EU as an annual event at the instigation of the United States….The so-called “human rights issue” fussed by the West does not and cannot exist in the people-centered socialist system of our country in which people stand out as the most precious being in the world and the requirements and interests of the masses take top and absolute priority.”
방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로 내세우고 인민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최우선, 절대시하는 우리나라의 인민대중중심 사회주의 제도에서 서방이 떠드는 이른바 '인권문제'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는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사무소에 질의서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