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접경 두만강역에 300m 대형 구조물 등장…열차∙화물 은폐 가능

러시아 접경 지역인 북한 두만강역 일대를 촬영한 11일 자 위성사진. 파란색 대형 구조물(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러시아 접경지역인 북한 두만강역에 선로를 덮는 정체 모를 대형 구조물이 세워졌습니다. 최근 북러 간 열차 통행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이 구조물의 용도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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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접경 두만강역에 300m 대형 구조물 등장…열차∙화물 은폐 가능.mp3

북러 접경 지역의 북한 쪽 지대를 촬영한 11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선로 위를 덮고 있는 파란색 구조물이 보입니다.

구조물이 세워진 곳은 북한 두만강역으로, 물체는 역 건물 바로 앞 승강장과 선로 위에 지붕 형태로 세워져 있습니다.

열차 가려질 정도로 큰 구조물

구조물의 길이와 폭은 각각 300m와 30m. 이 역에 정차하거나 이곳을 통과하는 열차를 가리기에 충분한 크기입니다.

두만강역의 11월 19일부터 12월 11일까지 변화 모습. 시간이 흐를 수록 파란색 구조물의 규모가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이곳에 이 구조물을 세운 것은 지난달 19일부터 23일 사이로 추정됩니다.

19일까지만 해도 텅 빈 이곳에 23일 동쪽으로 약 35~40m 길이의 파란색 구조물이 세워진 것입니다. 이어 이달 3일 이 구조물은 역 중간 부분을 제외한 양쪽 끝 부분에 들어섰고, 약 일주일 동안 가운데 부분이 채워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불과 20여일 만에 이곳에 길이 300m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객 열차 운행 재개 연관 가능성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조러친선 다리에서 선로를 따라 북한 쪽으로 약 2.8km 내려온 이 지점은 통상 북한과 러시아 향발 열차가 정차하는 곳입니다.

특히 2022년 말부터 꾸준히 열차가 포착되고 있으며, 최근 몇 개월 사이엔 길이가 800m에 육박하는 화물 열차 여러 대가 정차하는 장면도 확인됐습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대형 구조물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을 오가는 여객 열차를 재개통했는데, 이와 관련된 움직임인지 주목됩니다.

앞서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국영 철도 회사 ‘러시아 레일’을 인용해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오가는 열차가 이달 16일부터 일주일에 3차례 운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러 여객 열차의 운행 재개는 약 5년 만입니다.

또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데미얀코 러시아 극동 철도 부국장은 두만강역과 하산역의 철도 검문소가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대형 구조물이 철도 검문 시설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두만강역의 파란색 대형 구조물. 사진=Planet Labs

구조물, 무기 혹은 병력 은폐 시설인지도 주목

하지만 과거 여객 열차나 화물 열차가 정상 운영되던 시절에도 없던 시설이 이 시점에 갑자기 들어선 이유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또 이 구조물이 역 전체와 바로 앞 선로를 가린다는 점에서 양국이 무언가를 은폐하려는 것은 아닌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이 일대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 라진항을 통한 무기 거래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백악관은 선박의 무기 선적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작년 1월 이곳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담은 흑백 위성사진을 공개했었습니다.

당시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보병 로켓과 탄약, 미사일 등을 열차를 통해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최근 무기 제공은 물론 병력까지 파병하고 있는 북한이 이곳을 통해 무기 운송 혹은 병력 수송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 같은 무기 거래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림무성 북한 외무성 국장은 지난 10월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에 대한 의혹 제기는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림무성 국장] “The assertion of those member states is nothing more than groundless rumours aimed at tarnishing the image of DPRK and undermining the legitimate friendly and cooperative relations between sovereign states in accordance with the UN Charter.It is yet another smear campaign devised by Ukraine to seek for prolongation of Ukraine crisis and maintaining its political power by getting more weaponry and financial support from US and Western countries.”

또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7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