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한국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한국 민주주의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탄핵 사태 국면에서 잃어버린 동맹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고 외교와 안보 분야의 공백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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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14일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안타깝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e ought not to be surprised in light of what happened with the attempted imposition of martial law and the anger that that stirred up inside Korea and the unfortunate occurrence that tarnished South Korea's democracy. And it's just a sad day but inevitable. It's a sad day and unfortunate day.”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여러 외교 안보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엄령 발동 시도와 그로 인한 한국 내부의 분노, 한국 민주주의가 훼손된 불행한 사건을 감안하면 놀랍지 않은 결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국, 한반도 안정에 깊은 관심”
토머스 신킨 알스트리트연구소 정책국장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인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적절한 절차가 준수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킨 정책국장] “I think from a US perspective,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at democracy is preserved and that proper procedures are followed. And of course the US is interested in the stability of such an important ally and partner. The decision is up to the Korean people on how to effectuate that and they did that. Clearly the US is looking on with great interest.”
또한 미국은 중요한 동맹이자 파트너인 한국의 안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윤 대통령 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안정성을 회복할 지를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회는 한반도 시각 14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04표로 가결했습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으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넘겨받아 이를 인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탄핵안 가결 후 VO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미한동맹은 철통같고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과 한국 국민, 민주적 절차, 법치주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국 정부와 함께 우리의 상호 이익과 공유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 피해 복구하고 신뢰 회복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미국 정부가 강조한 것처럼 미한 관계의 굳건함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데 공통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다만 대통령직 대행 체제가 가진 권한의 한계와 계엄령 선포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미한 관계를 이전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상황과 내정에 미국에 간섭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는 중요한 조약 동맹이라는 점에서 한국 당국이 계엄 국면에서 미국과 소통을 거부했던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영향은 신뢰의 상실”이라면서 “향후 한국의 과제는 그 외교적 피해를 복구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big effect of this is the loss of confidence. So the task now is to repair that, restore confidence. Not only the confidence of the United States in Korea and the ROK military, but the confidence of the people in the stability of government and in the strength of Korea's democracy. And I think under Minister Prime Minister Han, I think a lot can be done and a lot will be done. I've known him for many, many years and he's one of the finest public servants that I've ever met in South Korea. So I think things are in good hands right now and I hope that the opposition will allow him to do his job as the interim president.”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국과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신뢰 회복 뿐 아니라 정부의 안정성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되찾아야 한다”면서 한국 정치권이 대통령 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국정 혼란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과 일본 등 역내 우방들에게 정책의 연속성과 정부의 안정성, 민주주의 회복력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한일 3자 협력 토대 흔들릴 수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태로 윤 대통령이 미국과 발맞춰 추진해 온 외교 정책들의 성과도 함께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한일 3자 협력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He was focusing on strengthening the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as a foundation for South Korea reaching out to Pyeongyang, Tokyo and Beijing, I think is commendable he adopted a more pragmatic policy towards North Korea and China than his progressive predecessors less conciliatory and a very bold, politically risky move in reconciling with Japan, which again was very much in alignment with US strategic objectives. And certainly the relations between Seoul and Tokyo would go very, in a very different direction. So I think the US is going to find itself in a very different situation than we thought just a few months ago.”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한국이 북한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데 있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토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매우 대담하고 정치적으로 위험이 큰 결정이었으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도 매우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한일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국도 몇 달 전까지만해도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보 공백 없도록 미한 정부 협력해야”
전문가들은 또 한국의 권력 공백 상태를 북한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미한 양국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번 계엄령 사태에 연루된 한국 육군 고위급 장성들이 잇따라 해임되거나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상당수의 인력이 사라지게 되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re is one area that has been touched upon by some that does concern me and that is if you look at the upper echelons of the leadership of the ROK military, it's troubling how many senior officers have now been removed or are under investigation or are under arrest or who may be under arrest as a result of what happened.
That removes a significant number of players who are responsible for Korea's security. And new relationships are going to have to be established very quickly between the US military and the ROK military to overcome that deficiency.”
그러면서 “이러한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매우 신속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직무대행 기간 등 한국 정부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시기에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t is a case where there is less stability o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e's going to act out and carry out major provocations if he thinks he's got a lot of instability in South Korea.”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교체되는 전환기를 맞아 당분간은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통령 직무 대행 체제와 얼마나 깊이 관여할 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미한, 정부 전환기 긴밀 협력할 것”
다만,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역내 동맹의 중요성을 트럼프 행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한동맹, 미한일 3국 협력의 틀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미국 차기 정부가 계속 관심을 둘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나탈리아 슬라브니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미국의 지도자들은 특히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그것이 인도태평야에서 미국의 이익과 어떻게 일치하는지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슬라브니 연구원] “Overall I think US leaders value this partnership especially with how big of a role South Korea plays in the global economy and how it aligns with the US interests in the Indo Pacific. I think that because South Korea has allies and is still such a major player in the region I don't think any of the, any neighboring countries or any of its allies really want to see major changes on the peninsula."
이어 한국이 역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주변국이나 동맹국 중 그 누구도 한반도에서의 큰 변화를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양국이 전환기에 서로를 안심시키고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더 활발한 소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