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리즈 4] 아트 브라운 전 CIA 동아시아 담당 국장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 김정일 때보다 훨씬 수월할 것”

아트 브라운 전 미 중앙정보국 CIA 동아시아 담당국장

`미국의 소리’방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상황에 대한 전직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대담 시리즈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아트 브라운 전 중앙정보국 동아시아 담당 국장입니다. 브라운 전 국장은 북한이 과거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권력 이양은 일부 마찰과 논쟁은 있겠지만 이전에 비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전 국장은 중앙정보국에서 25년 간 근무하면서 서울지부장과 도쿄지부장 등 요직을 역임했습니다. 브라운 전 국장을 정주운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문) 브라운 전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북한 주민들에게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떤 인물로 남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더욱 강력한 나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개발했고, 서방과 어느 정도의 대립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이 서방과의 대립 상황을 잘 다룬 것으로 생각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부심을 남겨줬고, 이런 자부심은 북한 주민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 관영매체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모르고 있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우선 저는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이 북한 관영언론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모르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정보 당국의 실책이라고 보는데요. 아시겠지만 김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과 북한 관영언론이 이를 발표한 시점 사이에는 적어도 51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누군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일본을 방문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 남아 그 상황을 다뤘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핵무기에 대한 지휘권과 통제권을 갖고 있는 인물이 어디에 있는지 또는 그 인물의 생존 여부를 모르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과 북한 정부의 대처 방법이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답) 저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은 북한 주민들이 한번도 권력승계를 경험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권력승계가 어떻게 이뤄질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김정일 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의 두 번째 권력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한번의 권력승계를 이뤄냈기 때문에, 두 번째 권력승계는 훨씬 더 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문) 중앙정보국에서 근무할 당시 김정일에서 그의 아들로의 권력 세습이 있을 것으로 예측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VOA와 인터뷰하는 아트 브라운 전 미 중앙정보국 CIA 동아시아 담당 국장(좌)

답) 모종의 권력세습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권력을 물려받을 것인가였는데, 누가 권력을 물려받을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여러 명의 아들을 두고 있지만, 권력을 물려받을 인물이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유전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선전과 뜻이 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의 어린 막내아들이 후계자로 선택될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뇌졸중을 겪으면서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습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면, 현재 북한에서는 권력 분쟁이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서로 다른 집단들이 경쟁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지지하는 지도자를 밀어부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 그럼,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네.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에서는 폭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고 지도부 안에서 일부 논쟁과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권력 이양이 있을 때 생기는 정도의 규모가 될 것 같습니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에서는 탱크나 격렬한 시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 군부와 노동당 엘리트들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이들은 모종의 큰 변화가 생긴다면 잃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문)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나라를 이끌기에 나이가 너무 어리고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답) 앞서 말한대로, 북한은 이미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 세습을 이뤄낸 바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권력 이양을 위해 15년을 준비했는데요. 북한은 이제 이런 준비 기간을 급격히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은 나이가 어리고 군 경험도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김정은에 대한 평판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판보다 낫습니다. 김 위원장은 바람둥이 (playboy) 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고, 군 경험도 없기 때문에 군부의 추종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김 위원장으로의 권력 이양을 이뤄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도 이뤄낼 것입니다.

문) 김정은이 권력 이양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도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엘리트 계층,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전처와 자식들 사이에서 경쟁이 있는데요. 김정은은 이런 경쟁을 어느 정도의 선으로 통제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은 또 장성택을 포함해 자신을 보호하는 인물들과 모종의 합의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비교적 고통 없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 김정은이 어리고 유학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와 정치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정은은 보다 더 보수적이고, 경제와 정치 문제와 관련해 보다 더 전통적인 북한식 접근법을 취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또 김정은이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보다 더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조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미국은 김정은으로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김정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미국이 북한의 현 상황 유지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미국은 김정일과 김정은을 크게 다르게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 시점에서 큰 돌파구를 찾고 있지 않고, 상황을 과거와 같이 유지하려 시도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우선 북한이 권력 이양을 하도록 하게 한 다음 북한의 새로운 정권과 모종의 대화를 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미국은 새로운 북한 정권과의 대화에 실패할 것 같습니다.

문) 중국의 입장에 대해 묻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김정은을 새로운 지도자로 공식 인정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과 중국 간 국경 지역에 대해 보다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인데요.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다소 강경정책을 취하는 것은 중국에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중국은 김정은이 계속 이런 정책을 취하길 바라고 있고, 이런 정책을 취하는 김정은을 지지할 것입니다.

문)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한국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대해 가장 분별있는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북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상황을 상당히 여유있고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일정 기간 마다 한번씩 북한을 다시 발견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 어떤 사건을 벌일 경우,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는 급증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과거에도 북한을 알았다는 점을 잊어버리고는 북한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여깁니다. 미국은 바로 지금 이런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한반도의 위험’이나 ‘한반도의 긴장’을 포함한 다양한 주장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 브라운 전 국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아트 브라운 전 중앙정보국 동아시아 담당 국장과의 인터뷰를 보내 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정주운 기자였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 드리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 전직 고위 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 다음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