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기획] 한-중 교역, 20 년 새 40 배 증가

7일 발리 아요디아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국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오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 경제관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군사외교적으로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경제 분야만큼은 협력관계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22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두 나라의 경제관계도 많이 변했을 텐데요, 우선 교역 규모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지난해 한-중 교역은 2천3백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992년 수교를 맺을 당시만 해도 64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는데 20년이 지나면서 교역 규모가 40 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진행자)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늘어났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2002년까지는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었지만 그 뒤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 됐습니다. 한국의 전체 수출품 가운데 4분의 1이 중국시장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수입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이 일본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했지만 2007년부터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입대상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의 전체 교역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합니다.

진행자)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겠네요?

기자) 물론입니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4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지난해의 경우 수출은 미국과 홍콩, 일본에 이어 한국이 주요 수출시장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입은 한국의 비중이 더 큰데요,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상품은 한국산이 가장 많았고 미국과 일본, 타이완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보다 중국에 수출하는 게 더 많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이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90년대 초부터 계속돼 왔는데요, 지난해에만 6백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시장이 없었다면 한국이 2000년대 중반 세계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 시장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한국으로서는 중국 시장이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겠군요. 주로 어떤 품목이 거래되고 있습니까?

기자) 시간이 흐르면서 교역 품목이 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한국이 중국에서 주로 의류를 수입하고 중국에 전자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구조였던 겁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서로 교역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은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제품, 합성수지를 수출하고 있고, 반도체와 컴퓨터, 철강판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때 중국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기지로 활용한 한국 기업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요즘은 중국 기업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사정이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들어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지난 20여 년 간 한국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6백억 달러가 넘습니다. 지난해에만 48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는데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물론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조업 투자가 절대적으로 많은데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서 서비스업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협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나 진전됐습니까?

기자) 2012년부터 협상이 시작됐는데요, 현재 11차 협상을 마친 상태입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투자 장벽을 낮춰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고, 중국 역시 한국 시장의 구매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중국 공산품과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더 쉽게 팔릴 수 있을 텐데요, 양국이 제조업과 농산물, 서비스업까지 포괄하는 협상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인적 교류도 늘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두 나라 국민들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처음에는 사업이나 학업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양방향으로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4백30만 명에 달했습니다.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 3 명 중 1 명이 중국인이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지난해에 서울 시내의 명동에 가봤는데, 상점마다 중국말로 된 간판이 즐비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거겠죠.

진행자) 중국인 관광객이 이렇게 한국을 많이 찾는 이유가 특별히 있습니까?

기자) 한류의 영향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가수들이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한류의 매력에 푹 빠진 중국인들이 한국에 직접 와서 한류의 본고장을 체험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곳들을 직접 찾아가서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이 많고, 한국의 성형외과에 가서 한국 배우와 가수들처럼 얼굴 모양을 고치는 중국인들도 꽤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들어서 북한을 관광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해 통계는 아직 알려진 게 없고, 중국 국가여유국의 2012년 자료가 나와 있는데요, 중국인 23만 명이 북한을 관광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20분의 1정도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끝으로 북한과 중국의 교역규모도 알아볼까요?

기자) 지난해 북-중 교역은 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사상 최대치이기는 하지만, 한-중 교역액 2천3백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입니다. 지난 해 한국이 중국에 6백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낸 반면에, 북한은 9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증가 추세인데 지난해는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은 석탄과 철광석 같은 광물입니다. 오징어를 비롯한 수산물도 중국에 많이 팔고 있습니다. 수입 품목은 원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는 5개월 연속 수입 실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화물차, 곡물, 비료, 직물, 손전화기가 주로 북한에 수입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과 한국의 경제관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