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흑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이 18일 타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한 문서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어서 이달 초 캘리포니아 해상에서 발생한 송유관 기름 유출 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발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 파월 전 장관이 18일 타계했습니다. 유가족은 18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에 파월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히고, “우리는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남편과 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위대한 미국인을 잃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위대한 미국인’이라는 표현처럼 파월 전 장관은 미국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던 군인이자 정치인이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파월 전 장관은 또 군과 외교 분야에서 수많은 ‘최초’ 기록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1937년 뉴욕 할렘가에서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월 장관은뉴욕시립대 학군단(ROTC) 장교로 임관했고요. 1963년에 베트남전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는 또 흑인 최초로 합참의장에 임명됐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군인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에도 오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과 함께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에 임명돼 4년간 미국 외교 정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처럼 파월 전 장관은 미국 사회에 보이지 않은 인종차별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유리천장을 깬 개척자’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파월 전 장관이 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죠?
기자) 네. 1991년 걸프전 때는 합참의장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또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부터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시작한 이라크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 임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200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했었는데, 이듬해 이 연설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던 것으로 인정하면서 경력의 오점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파월 전 장관이 두루두루 존경을 받았던 이유가 또 있다고요?
기자) 네. 오랜 기간에 공화당 소속으로 지내면서도 당파성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005년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뒤에, 2008년 대선 당시에는 민주당 후보로,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식 지지했고요. 2016년 대선 때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했습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도 공식적으로 지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그런지 정가에서는 모처럼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정당에 상관 없이 파월 장관 애도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장관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인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파월 전 장관은 전사와 외교관, 두 직책 모두에서 최고의 이상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추도했습니다. 또 파월 전 장관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장관은 대통령의 자유 메달을 두 번 받은 인물로 미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평가했는데요.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현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비롯해 정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고요. 파월 전 국무장관을 기리기 위해 워싱턴D.C. 일대에는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파월 전 장관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 합병증 때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월 전 장관은 혈액암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과 파킨슨병을 앓아왔는데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합병증으로 월터리드 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상황에서 별세한 겁니다.
진행자) 파월 전 장관이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명 ‘돌파 감염’ 사례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백신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백신 접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백신을 맞았던 파월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신의 효능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백신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 이런 주장도 한 가지 이유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파월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존 로버츠 앵커가 인터넷 트위터에, 코로나 백신의 효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곧 삭제하기도 했는데요. 보건 전문가들은 파월 전 장관의 사망이 백신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왜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파월 전 장관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의 경우 백신을 맞아도 감염과 중증의 위험이 큰 데, 파월 전 장관이 바로 이런 범주에 해당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파월 전 장관은 84세로 고령이고 또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치료를 받아왔는데 이 병은 면역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병이고 또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뉴욕 대학의 전염병학자인 셀린 고운더 박사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경우 코로나 백신의 효능이 나타나는 경우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파월 전 장관의 죽음을 백신의 효능과 연결 짓는 건 무리라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백신 감염률을 낮추는 데는 백신 접종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조지타운 대학의 로런스 고스틴 박사는 만약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았더라면 파월 전 장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바로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차단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 조사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요?
기자) 네. 사건과 관련한 백악관의 문서가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특위에 대한 문서 제공 금지를 요구하는 소장을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장에서 백악관 문서가 공개될 경우 대통령 기밀 유지 특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특별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직들을 괴롭히기 위해 “불법적이고, 근거도 없고, 과도하게 넓은 범위의 백악관 자료를 요청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 요구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기밀 유지 특권을 행사하지 않고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한 백악관의 문건을 특위에 넘겨주기로 한 것에는 정치적인 계획이 있다는 주장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을 대상으로 터무니없는 조사를 하는 것을 법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장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특위가 조사중인 의사당 난입사태, 어떤 사건이었는지 잠시 짚어보고 갈까요?
진행자) 지난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진행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의회로 난입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회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고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됐습니다. 이후 민주당 주도로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해당 사건 조사에 돌입했고요. 조사의 일환으로 당시 상황과 관련한 백악관의 문서도 요청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적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문서 공개를 막을 수 있나요?
기자) 많은 전문가는 기밀 유지 특권은 현직 대통령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특위의 문서 공개 요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문서 제공을 거부하지 않은 이상 백악관의 문건을 공개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송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특별위원회가 문건만 공개를 요구한 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지난달 23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도 소환장을 보냈습니다.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또 댄 스캐비노 전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국장과 캐시 파텔 전 국방부 관리 이렇게 4명에게 10월 중순에 의회에 출석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특위는 소환장에서 이 네 사람은 의사당 난입 사태 촉발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 소환에도 반발했었다고요?
기자) 네. 역시 ‘대통령 특권’을 들면서 소환장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특위의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특위는 19일 소환에 불응한 배넌 씨의 의회 모욕죄 여부를 묻는 표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번 달 초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해상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당국이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양경비대는 최근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번 송유관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1차 사고라고 볼 수 있는 일이 지난 1월 말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심한 폭풍이 몰아치던 지난 1월 25일, 길이 1천 200피트, 약 366m 크기의 컨테이너 화물선의 닻이 해저에 묻혀 있던 송유관에 닿았다는 겁니다.
진행자) 화물선의 닻이 송유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해안경비대 발표에 따르면 이 선박의 닻이 1인치, 약 2.5cm의 콘크리트 벽을 깨고 그 아래 있던 송유관과 엉켜 100피트, 약 30미터 이상을 끌고 가면서 송유관이 구부러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그 당시 충격이 송유관 파열, 그리고 기름 유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가요?
기자) 조사관들은 당시 충격이 곧바로 파손으로 연결된 것이라고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이들은 당시의 충격 이후 수개월이 지나 기름 유출로 이어진 것인지, 혹은 1월의 충격 이후에 또 다른 충격이 가해져 기름이 유출된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10월 초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남부 해상에서 얼마나 많은 기름이 유출됐었죠?
기자) 최소한 2만 5천 갤런, 약 9만 5천 리터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왔습니다. 이로 인해서 새와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해양 생태계가 오염됐을 뿐 아니라, 기름 유출 지점 인근 헌팅턴비치의 해변과 습지 등이 모두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조사관들이 언급한 지난 1월의 충격에 연관된 선박은 어떤 배죠?
기자) 해양경비대는 이 화물선이 파나마에 등록된 ‘MSC 대닛(MSC DANIT)’호라고 밝혔습니다. 마침 이 선박이 지난 주말 중국에서 출발 후 기름 유출 사고 인근인 롱비치 항에 도착해 조사관들이 이 배에 올라타 조사를 벌였는데요. 다만, 조사관들이 이 선박을 조사한 결과 닻에 손상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 선박을 지목해 조사했다는 것은 해양경비대가 선박과 관련된 대상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는 뜻이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해안경비대는 지난 16일 이 화물선의 소유주와 운영사를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심 당사자’로 지정했습니다.
진행자) 운영사와 소유 업체는 각각 어디이고 또 이들의 입장은 뭐죠?
기자) 선박 운영사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지중해선박회사(MSC)’인데요. 업체에 따르면, 약 600척의 선박을 가지고 있으며 직원 수는 10만 명이 넘는 대형 업체입니다. 그리고 화물선 소유주는 ‘도델라스 파이낸셜 코퍼레이션(Dordellas Finance Corporation)’입니다. 이들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앞으로 어떤 과정이 이어지죠?
기자) 최종 결과 발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해안경비대는 이번 사고가 형사 고발, 또는 민사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앞으로 조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관심 당사자’로 지목된 소유주와 운영사 측에서도 조치가 있겠죠?
기자) 네해안경비대는 소유주와 운영사의 변호인 측에서도 별도의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조사에 대한 교차 검증을 포함해서 말이죠. 해안경비대는조사에 연방 교통안전위원회와 다른 기관 역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송유관 기름 유출과 관련해 다른 선박에 대한 조사도 있었나요?
기자) 네, 조사관들은 앞서 최소 2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해당 선박의 선장과 엔지니어 등이 관리하고 있는 ‘로그 기록’을 조사했는데요. 이는 항공기로 치면 ‘블랙박스’와 같은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