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건 전문가 “북한 내 확진자 ‘0’명일 수 없어, 투명한 대처 절실”

26일 북한 평양 광복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가 밝혔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 감염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북한으로의 전염은 불가피하다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정부가 좀 더 투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면담하고, 북한 내 보건 실태 등을 연구해 온 북한 보건 전문가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현재 북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하는데요. 믿을 수 있는 걸까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

로빈슨 교수)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나라에서 한 건도 없다는 건 점점 가망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감염자 규모가 매우 작을 순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고, 이미 감염된 사람이 북한 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선, 전파가 이뤄지고 있을 수 있고, 0명일 순 없습니다.”

기자) 일각에선 북한 내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이유가 제대로 된 검진 시스템이나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요?

로빈슨 교수) “글쎄요. 그건 다른 접근법인데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는 것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건 달리 봐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검사를 하지 못해 확진 환자가 0명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진단 방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세히 알 순 없지만 검사 장비 등은 공급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이 관련 물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고, 중국도 그렇습니다. 또 ‘증상 감시(Syndromic surveillance)’를 통해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있다면 격리가 될 것이고요.”

기자) 북한의 의료체계는 어떻습니까? 만약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북한과 같은 나라에선 어떻게 대처할 수 있습니까?

로빈슨 교수) “전염병 발생에 대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처는 사람들이 적절한 물, 위생, 통풍, 식량이 있는 지역 의료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1차적 보건체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명백한 보건 비상사태에 처할 땐, 격리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겠죠. 추가적 조치에는 이동이나 집회의 자유 제한, 공공시설 폐쇄 등도 포함됩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기침과 재채기, 체액 공유와 친밀한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는 건 가장 기초적인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람들을 격리시키거나, 일상적 활동을 제한한다면 반드시 기간과 범위를 정해야 하고, 또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정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하고, 정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경험으로 비춰 보신다면 북한의 투명성은 어떤가요? 일각에선 북한의 전염병 대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로빈슨 교수) “물론입니다. 북한은 수 십 년 간 권위주의적인 국가, 하나의 정당체제로 운영이 돼 왔습니다. 다원화된 민주주의에서 볼 수 있는 관리 방식과 책임 의무 등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누군가 국가에 이롭지 못한 사실을 말하면 그들은 국가의 타깃이 돼 왔습니다. 사스(SARS)에 대해 처음 알린 사람들도 구금이 됐었습니다. 이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대해 발설을 하면 구금되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과 투명성, 책임성은 무너질 것이고, 전염병은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대처는 서로간의 의사소통과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직후 국경을 닫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됐을까요?

로빈슨 교수) “보건 비상 상황에선 각 정부가 기존의 법과 권리를 뛰어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동의 권리나, 출국하고, 입국하는 등의 권리도 비상 상황에선 제한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막은 건 단기적으론 허용되는 일이고, 또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1985년쯤 만들어진 ‘시라쿠사 원칙(Siracusa Principles)’은 (공중보건을 이유로) 각종 권리를 제한할 땐 범위와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항시 금지한다, 이렇게 할 순 없다는 겁니다. 대신 가령 앞으로 2주, 혹은 한 달 간 한시적으로 중국의 특정 지역에서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조치가 잘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작업 또한 가져야 합니다.”

기자) 교수님은 북-중 국경 지역에서 많은 탈북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본 북한의 보건환경은 어땠나요?

로빈슨 교수) “저는 의사는 아닙니다. 공중보건 전문가로 국경 지대에서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더 많은 임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탈북자들의 건강 지표 등을 추적하진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유엔과 다른 기구 등을 통한 북한 내부 정보와 탈북자 등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건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보건 시스템에 기능장애가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병원들은 연료와 전기, 물, 충분한 의료 보급 없이 운영이 되고 있고, (병원) 직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해 다른 직업을 찾는 실정입니다. 이 모든 건 전염이 가능한 질병들에 대한 예방 능력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넓은 관점에서 북한의 보건체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자) 국제사회가 북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로빈슨 교수)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각 나라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염병 전문가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화상회의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또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 어떤 치료법이 작동하고, 확진자를 감별해 낼 수 있는지 등을 북한에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의료 물품에 있어서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진단 키트와 개인보호 장비 등 전면에 나서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나라도 지체해선 안 됩니다.”

기자) 미국은 어떻습니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미국과 북한 사이엔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요.

로빈슨 교수) “물론입니다. 지금은 정치 문제를 잠시 옆에 두고, 무기체계나 안보, 평화협정, 무역 논의와 같은 대화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일지를 놓고 모두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렇게 이번 상황이 더욱 악화될 상황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존스홉킨스 의대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로부터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