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4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입니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밝힌 ‘결핵 고위험국’에 포함됐는데,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 내 결핵 환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전 세계 10대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결핵이 매년 에이즈와 말라리아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 이제는 결핵을 종식할 때’(It’s time for actions, it’s time to EDN TB)라고 강조했습니다.
결핵은 기침 등으로 공기 중에 전파된 균이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으로, 해마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감염 질환입니다.
최근 WHO가 공개한 ‘2019 결핵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결핵 사망자는 150만 명이며, 이 가운데 2만여 명이 북한에서 숨졌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브라질 등 30개국과 함께 ‘결핵 고위험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WHO 산하 국제기구 ‘스톱TB파트너십’은 2018년 북한 내 결핵 사망자 수가 2만 68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치료를 중단한 북한 주민은 4만 1천 61명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6천 247명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체는 결핵을 치료하다 중단하면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쉽지 않다며, ‘사라지는 환자(missing patients)’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녹취: 디티우 사무총장 (자체 동영상)] “More importantly, we miss people and we are on a good track and I hope we remain on that track to find the most people and by end of 2022, I hope we find all missing people”
이 단체의 루시아 디티우 스톱 사무총장은 2022년까지 도중 치료가 중단된 환자를 모두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 내 결핵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의 한 구호 단체는 2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취약 계층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미국 구호 단체] “As I'm sure you know already, weight loss is part of the disease process for TB patients, and this impacts their nutritional status and their immune response. As a result, it would be critical to keep Covid-19 infection from this vulnerable population. Of course, the high of already malnourished people throughout the country (40+%) is also very concerning.”
결핵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체중 감소가 환자들의 영양 상태와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입니다.
이 단체는 북한 내 결핵 치료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중단됐다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어 더욱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북 구호 단체] “It is really important that TB medicine doesn't run out (otherwise the medicine will get rationed, and people will get incomplete treatment, leading to further drug resistance), and that TB care continues for patients. With supply links choked/suspended, however, there is real concern about how all this can continue”
특히 중요한 것은 결핵 치료약이 고갈되지 않도록 해 계속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들이 불완전한 치료를 받고 결국 약물에 내성이 생긴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공급망이 막히거나 정체된 상태인 만큼, 어떻게 치료를 계속할 지 우려된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8년 기준, 북한 등 전 세계 20개국 내 결핵 치료를 돕는 국경없는 의사회도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기존의 결핵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This already worrisome situation will become even more grave if diagnosis and treatment for TB is interrupted. Because of this, MSF supports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s (WHO) information note on strategies to maintain continuity of essential services—prevention, diagnosis, treatment, and care—for people living with TB and DR-TB during the COVID-19 pandemic.”
결핵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중단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겁니다.
이어 국경없는의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중에도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 대한 예방과 진단, 치료, 관리 등의 필수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려는 WHO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014년 서아프리카가 진원지인 에볼라 사태를 상기시키며, 기니의 경우, 당시 에볼라 치료에 집중하면서 결핵 검진율은 평균 53% 감소했고, 결핵에 따른 사망률은 두 배 이상 증가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기금을 지원하는 국제협력단체 ‘글로벌펀드’의 피터 샌드 사무총장은 2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결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두 호흡기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샌즈 사무총장] “The first is the obvious point that both are respiratory conditions. While we are still learning about COVID-19, evidence suggests that people with TB will be among the most vulnerable. TB affects many of the same people at risk of COVID-19: people with underlying autoimmune diseases or chronic respiratory illnesses, people who can’t afford or access health care, people in close quarters and poor hygiene like prisons, slums and refugee camps. Getting COVID-19 if you already have TB is going to be dangerous.”
결핵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샌즈 사무총장은 자가 면역 질환이나 만성 호흡기 환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계층과 교도소, 빈민촌, 난민 캠프와 같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 있는 결핵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되면 위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터 샌즈 사무총장] “If we don’t act to mitigate the threat, COVID-19 could lead to an upsurge in TB deaths.”
위협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결핵 사망률을 급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샌즈 사무총장은 이어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영양 실조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