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여 년 전 유엔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에서 빌린 자금 수천만 달러를 아직도 갚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난한 농민과 여성을 돕기 위한 대출 사업이었는데,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북한의 행태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 IFAD은 지난 1996년부터 2008년 6월까지, 북한의 가난한 농민과 저소득층 여성을 돕기 위한 소액대출 사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국제농업개발기금이 북한에 제공한 대출금은 5천 50만 달러였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이 기금을 받아 군 단위의 지방 은행을 통해 협동 농장과 북한 주민에게 대출을 해주면 주민들은 이 자금으로 가축과 영농 기구를 마련해 농업 생산을 향상시킨 뒤 빌린 돈을 은행에 갚는 방식으로 기금이 운용된 겁니다.
농업개발기금은 21일 공개한 ‘2019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한이 갚지 않은 자금이 4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20년 넘게 이 기구에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북한의 나쁜 관행이 또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 전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 고문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북한의 오랜 패턴과 맞아 떨어지는 거죠. 대표적인 것이 1970년대 각국과 여러 형태로 받은 투자금을 전혀 상환하지 않은 겁니다.”
앞서 북한은 스웨덴에서 1974년 발생한 부채 3억 2천여만 달러를 비롯해 오스트리아와 영국, 체코, 핀란드 등에도 빚을 지고도 갚지 않고 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이후 북한이 세계은행 월드뱅크나 국제통화기금 IMF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도, 이 같은 채무 불이행 기록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금을 빌려줄 때는 갚을 능력이 되는지 처음부터 검증 작업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 뿐 아니라 유엔 측에도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곳에 돈을 빌려주면 안된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돈을 갚지 못하면 파산하게 되는 만큼 나쁜 관행입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의 대북 소액대출 사업은 지난 2008년 이후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 총재는 지난해 열리 국제 농업 협력 포럼에서 북한 핵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투자금 회수 어려움 등으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