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 당국이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관계자 등 30여 명을 대량살상무기 자금 마련을 위한 불법적인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250개 위장회사를 이용해 25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3조원에 달하는 불법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 기소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미국 법무부가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인 5명에 대한 연방 대배심 기소 사실을 28일 전격 공개했습니다.
피의자 33명은 모두 ‘조선무역은행’과 이 은행을 통해 운영된 위장 회사 소속 직원들로 지난 2월5일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피의자들은 조선무역은행에서 은행장으로 활동하던 고철만과 김성의, 조선무역은행 부은행장인 한웅과 리정남 등 핵심 운영진과 조은희, 오성휘, 리명진 등 이 은행의 직원들이 포함됐습니다.
또 중국 베이징과 선양, 주하이를 비롯해 러시아 모스크바와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리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조선무역은행을 운영하거나 대리한 북한인들도 기소 명단에 올랐습니다.
중국인 5명은 조선무역은행의 위장회사 운영에 관여했습니다.
피의자들에게는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과 ‘대북제재법’, ‘대량살상무기확산제재법’ ‘국제돈세탁’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들과 다른 공모자들이 250개의 위장회사를 통해 최소 25억 달러 한국 돈 약 3조 1천억 원을 돈세탁 거래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은행이 이용됐다는 내용이 기소장에 적시됐습니다.
고철만 등은 지난해 3월 20일 조선무역회사의 위장회사가 북한 정권을 대신해 미국의 회사에 19만5천 달러를 지불하도록 했다는 내용 등입니다.
미국 사법 당국은 세탁된 자금이 북한의 대표적 외환은행인 조선무역은행으로 흘러 들어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2013년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2017년과 2018년 이 은행 관계자와 위장 회사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대규모 독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 상당수도 미국 제재 명단에 올랐는데, 피의자 대부분이 북한과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어 실제 이들이 미국으로 송환돼 미 법원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직 검사 출신인 한인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정홍균 / 미국 변호사
“해외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이것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서 법을 위반하게 되면 체포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 정부가 이들을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북한 해커와 중국인 대북 사업가 등 대북 제재에 연루된 북한인과 제 3국 국적자들을 형사법으로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공개된 제3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사법 조치는 이번이 4번째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