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대북 제재 등을 위반한 북한인을 대규모로 재판에 넘기며 해당 기소장을 공개했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감시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암호 지령’을 이용했고, 위장회사를 동원해 송금 과정을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2013년 8월6일, 평양의 조선무역은행 본사는 중국 선양에 설립된 비밀 지사에 파견된 직원 김동철에게 선양에 있는 해외무역회사 '선양 컴퍼니'의 중국 계좌로 4만 6천 달러를 송금하라는 암호 지령을 전달합니다.
다음날, 김동철은 선양에서 황혜린이 설립한 위장회사 '수머'를 통해 '선양 컴퍼니'의 중국 계좌로 4만 5천 930달러를 송금합니다.
특히 '수머'는 미국 외환결제 제휴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 이 자금이 '정상적인 돈'이라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지난 28일 미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나온 북한의 대표적인 불법 자금 거래 사례인데, 기소장에는 북한의 불법 자금 거래 활동도 상세히 소개됐습니다.
기소장에 등장한 또 다른 사례.
2014년 4월 2일, 조선무역은행 본사는 김동철에게 또다른 암호 지령을 전달합니다. 중국 전기회사의 중국 은행 계좌로 2만 5천 달러를 송금하라는 겁니다.
김동철은 이튿날 이를 실행하는데 이번엔 '수머'가 아닌 '인터내셔널 브릿지 커머셜 그룹'이라는 회사를 이용합니다.
이번 송금에도 역시 미국 외환결제 제휴 은행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지시는 ‘암호 지령’으로 내려지고 매번 다른 회사를 통해 자금을 송금한 겁니다.
북한의 이같은 자금 거래 활동에는 매번 거짓 진술이 동반됐습니다.
2014년 6월 3일, 황혜린은 김동철에게 중국 A 은행으로부터 거래 실사 요청이 왔다며 대응 방법을 상담합니다.
'수머'가 미 상무부 제재 대상에 오른 회사인 '판다 인터내셔널 인포메이션'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로부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둥 케우아 전기무역 회사'에 송금한 배경을 물어왔다는 겁니다.
김동철은 이에 해당 회사로부터 적법한 전자통신장비 구입을 위한 송금이었다고 해명할 것을 지시합니다.
김동철은 그밖에 다른 거래에 대해선 '수머'는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진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같은 자금 거래 활동을 위해 세계 곳곳에 조선무역은행의 비밀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기소장에 공개된 비밀 지사가 설립된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태국, 쿠웨이트, 리비아, 오스트리아 등 6개 나라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나라는 여러 개 도시에 다발적으로 비밀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북한이 이들 비밀 지사에 수 백개의 위장회사를 설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당국이 하나의 위장회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면 곧바로 또다른 위장회사를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며 250개 이상의 위장회사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들 비밀 지사와 위장회사를 통한 거래가 25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