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에 1년 치 강수량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 등에 따른 경제난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수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삼중고를 겪고 있는데, 특히 만성적 식량난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한반도 전역, 특히 중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북한 황해도 지역 농경지가 온통 흙탕물에 잠겼습니다.
황해도 은파군 지역만 해도 주택 수백여 채가 붕괴되거나 침수 피해를 입었고 농경지도 180만 평이나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적십자사연맹 IFRC는 북한 주재 국제적십자사연맹 직원들을 통해 황해남북도와 평안북도, 강원도, 개성시 등 북한 내 여러 지역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7일 VOA에 밝혔습니다.
황해도 은파군 지역만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주택 수백 채가 파손되고 대규모 면적의 논밭이 물에 잠겼다면서 이번 폭우로 북한 내 수해 주민은 54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은 호우특급경보를 내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지만,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물론 올해 가을 식량 생산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농경지458제곱미터, 140만 평 가까이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지난 1995년 143억 달러 규모의 재산피해를 낸 ‘대홍수’ 이후에도 북한의 피해는 매년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에는 비축 식량과 종자마저 침수돼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북한의 농작물 생산이 전례 없는 대풍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 등 국제기구들이 폭우 피해 등으로 지난해 최악의 북한 식량 상황을 평가한 상황에서, 북한의 반복되는 물난리는 식량 생산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 조지타운대 교수·북한 경제 전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내년에 종식된다 해도 무역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제재도 마찬가지고요.”
북한에 농자재와 농업 기술을 지원하는 미국친우봉사회 측은 북한이 기후변화에 탄력적 대응을 위한 개혁시스템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환경은 취약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제개발처는 벨기에 루뱅대학 산하 재난역학연구소와 공동 작성한 지난해 자연재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 가장 많은 사람이 영향받는 국가 중 두 번째에 올렸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