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국경봉쇄를 한 뒤 1년여 만에 중국에서의 물품 수입을 조금씩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들은 설탕 같은 소비재 품목 대신 농업과 공업, 건축용 물품들이 늘었는데 특히 수입 물품의 절반은 비료로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강양우)
중국 해관총서가 20일 공개한 북중교역 세부 자료에서 지난달 북한의 대중 수입품은 모두 91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3월 수입품목 16개에 비해 약 6배 많아진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비료였습니다.
농번기를 맞아 지난 4월 한 달간 광물성 또는 화학비료로 분류되는 ‘인산이암모늄’ 868만 달러어치와 질소비료 425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들 비료 제품들은 전체 대중 수입액 2천875만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45%에 달했습니다.
비료를 제외한 물품 중 북한의 수입품 대부분은 주로 산업에서 사용되는 물품들이었으며, 건축 관련 자재와 재지 등 사무용품, 실 등 섬유관련 제품들도 나머지 수입품 목록을 채웠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의 대표적 소비재 생필품목인 설탕이나 밀가루 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를 토대로 볼 때 여전히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중요한 의미는 북한이 국경을 아주 조금 개방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국경이 열려 있다면 소비재 품목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제품들이 더 많이 들어간 건 분명합니다. 비료도 산업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북한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월까지 사실상 외부와의 교역을 단절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평소 들여오지 못했던 물자들을 급하게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아마도 북한은 평소 들여오던 물자가 많이 밀린 상태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비료와 살충제 그 외 다른 물품들을 들여올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중 무역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수치를 보면 여전히 예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에 소비재 품목이 몇 개월 동안 못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주목했습니다.
경제적 성과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중국, 베트남과 달리 북한 정권은 이런 노력을 안 해도 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번 북중 무역 자료를 통해 북한이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일부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 수입품 목록에 합판과 벽돌 등 건축관련 자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단됐던
여러 건설 프로젝트가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