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사실상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며, 비핵화 협상에 임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의 도달에 절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오판했다면서 누군가 그런 걸 부추겼다면 큰 실수라면서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사실상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건 전 대표는 3일 공개된 미국 군축협회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 합의 결렬 뒤 북한 측이 긴급 회견을 열어 북한은 전면 제재 완화가 아니라 일부 제재 완화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 우리는 시행 중인 모든 제재의 가치와 영향을 이해하고 있고 북한이 당시 요구했던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의 전면적 완화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남는 규제는 대량살상무기 시설과 기업 간의 거래를 막는 것뿐이라며, 이런 요구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으로 함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결렬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일부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19년 2월 28일)
“기본적으로 북한은 제재를 전부 해제하길 원했는데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지역의 비핵화 의향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모든 제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또 당시 북한 협상단은 사실상 비핵화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은 비핵화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아이디어를 가져왔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하고 싶은 마음이 절박하다고 판단해 실무회담 때는 논의하지 않고 정상회담 때 그런 제안들을 내놓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그런 전략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북한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전략을 추구하도록 부추긴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이어 아직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한 자신의 믿음은 흔들림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협상의 진전 여부는 북한이 이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결정은 북한이 하는 것인데, 북한 정권은 말싸움을 하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약속을 최소화하고 포기는 가능한 한 조금만 하고 싶어하면서 일방적인 양보를 얻어내길 바라는 오래된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논리적이었다면서 솔직히 어떤 행정부에게 주어졌던 선택 중에서 최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비건 전 부장관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외교적인 관여를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