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10일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이틀 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당하면서 충격 속에 치러진 선거였는데요. 자민당과 공명당 등 집권 연정 세력이 무난히 과반을 확보하면서 아베 전 총리의 염원이었던 헌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 이 시간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와 헌법 개정의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참의원 선거 집권 세력의 승리”
지난 7월 10일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참의원 선거는 3년마다 전체 참의원 248석의 절반을 새로 뽑는데요. 이날 열린 선거에서 현 집권 세력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13석을 획득하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아베 신조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지 이틀 만에 치러졌습니다. 일본에서 역대 최장기간 총리를 지낸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한 남성의 총격을 받아 숨졌는데요.
아베 전 총리의 피습으로 선거 유세는 대부분 중단됐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폭력에 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고, 참의원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피격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지만, 한편으로는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오면서 여당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승리로 힘을 얻은 개헌 세력”
이번 참의원 선거를 통해 헌법 개정 세력은 개헌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3분의 2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 참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해 헌법 개정을 원하는 보수 4당의 의석은 177석에 달합니다.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인 166석을 훨씬 뛰어넘는 겁니다.
개헌을 위해선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하는데요. 이번 선거 전까지만 해도 참의원은 아슬아슬하게 3분의 2를 채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의석수를 크게 늘리게 됐고, 중의원은 작년 선거 때 이미 개헌 세력이 의석수를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 가능성에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오랜 염원, 일본 헌법 개정”
생전 아베 전 총리는 헌법을 개정해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돼야 한다고 오랫동안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본 헌법 9조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군대 보유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아베 전 총리는 이 조항을 폐기하고 현재로서는 헌법적 근거가 없는 국가 방위 조직인 자위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군대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습니다.
헌법 개정은 아베 전 총리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자민당의 오랜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자민당 창당 시절부터 아베 총리의 조부 아베 간 전 의원을 비롯한 보수파 의원들은 개헌을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일본 헌법은 1946년 제정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움직임”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중간평가로 여겨졌던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됐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완수하지 못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개헌 문제를 당장 다음 의회 회기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칸다 국제 대학의 정치전문가인 제프리 홀 씨는 하지만, 여론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기시다 총리가 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진행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개헌을 위해선 양원의 3분의 2 찬성뿐만이 아니라 유권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개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생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립니다. 그리고 많은 유권자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사히 신문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36%가 개정안에 찬성했고 응답자의 38%는 개정안에 반대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개헌은 유권자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헌법 개정이 공식적인 안건으로 나온다면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뜻을 정하지 않은 수많은 국민이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개헌에 반대하는 이들은 헌법 9조가 있었기에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요. 개헌 지지 세력이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개헌을 둘러싼 앞으로의 여론 향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 여론은 더 강력한 국방 정책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시다 총리 정권하에서 일본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서방 주도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일본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서방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참의원 선거 결과와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기시다 총리의 보다 단호한 외교 정책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승리로 3년 동안 또 다른 선거 도전에 직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정책 추진에 더 힘을 받게 됐습니다.
자민당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을 감안해 향후 5년간 국방비를 국내 총생산의 2% 이상으로 2배가량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물가 인상으로 일부 보수적인 정치인들조차 급격한 국방비 인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선 아베 전 총리의 암살로 개헌 논의의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지난 8일 선거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입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연설하던 중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촬영하던 카메라가 떨어집니다.
[현장음: 아베 신조 암살]
이후 총성이 이어지고 경호원들이 총기를 발사한 남성 용의자를 급히 제압했는데요. 총격으로 쓰러진 아베 전 총리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결국 과다 출혈로 숨을 거뒀습니다.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까지 세웠던 아베 전 총리가 향년 67세로 생을 마감한 겁니다.
아베 전 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입니다. 조부인 아베 간은 중의원 의원을 지냈고,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를 역임했으며, 아버지 아베 신타로까지 외상을 지내는 등 아베 전 총리의 가문은 최고위직 정치인을 두루 배출했습니다.
1954년 출생한 아베 전 총리는 명문 세이케이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1982년부터 가풍을 이어 외상이던 아버지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1993년 야마구치 1구에서 중의원에 당선됐는데요. 1991년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사망하면서 그 뒤를 이은 겁니다.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아베 전 총리가 관방장관으로서 북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주장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일본인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52살 나이로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올랐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1차 내각은 각종 비리 등으로 1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2012년에 재집권해 2차 내각을 이끌었는데요.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린 일본의 장기불황을 끝내기 위해 제안한 ‘아베노믹스’가 꼽힙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장기적 성장의 토대는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또 정치 외교에 있어 우경화를 가져온 인물인데요. 평화헌법을 바꿔 전쟁 가능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개헌 작업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고 추진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또 재임 기간, 국방력 강화와 함께 강경 대중 노선, 그리고 미일 동맹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와 헌법 개정 가능성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