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법원, 트럼프 공탁금 대폭 줄여...해리스, 파크랜드서 총기 규제 강화 촉구 

미국 뉴욕의 맨하탄에 소재한 트럼프 인터네셔널 호텔 앞으로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를 위해 법원에 4억 5천만 달러가 넘는 공탁금을 내야 하는 마감 시한이 된 가운데 법원이 공탁금을 1억7천500만 달러로 낮췄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년 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 현장을 방문해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한 한국계 앤디 김 하원의원이 유력 경쟁자의 후보직 사퇴로 유리한 자리를 점하게 됐는데요. 이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액의 공탁금을 물어야 하는데 액수가 줄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을 부풀린 혐의와 관련한 민사재판에서 항소를 진행하려면 25일까지 벌금만큼의 공탁금을 법원에 맡겨야 했는데요. 뉴욕주 항소법원이 25일 공탁금을 크게 낮춰줬습니다.

진행자) 공탁금이 얼마나 줄어든 겁니까?

기자)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탁금을 기존 4억5천400만 달러에서 1억7천500만 달러로 낮췄습니다. 단, 열흘 안에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만약 새로운 기한 안에 줄여진 금액을 완납하면, 4억5천만 달러가 넘는 벌금 징수가 유예되고 자산 압류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앞서 공탁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탁금을 낮춰 줄 것과 벌금형 집행 연기를 법원에 요청했었는데요. 결국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겁니다.

진행자) 당초 마감 시한까지 공탁금을 내지 못하면 검찰이 자산 압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요?

기자) 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까지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자산을 압류해 해당 금액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건물이나 골프장, 현금, 주식 계좌 그리고 ‘트럼프 포스 원’이라고 부르는 전용기 등이 다 압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이런 고액의 공탁금을 내게 낼 처지가 된 겁니까?

기자) 지난달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른 겁니다. 이 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출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호텔과 골프장, 기타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린 혐의가 있다고 보고 벌금 3억5천500만 달러에 이자까지 총 4억5천4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소 의사를 밝혔는데요. 항소를 하려면 벌금 액수만큼 현금이나 채권으로 공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아무리 자산이 많다고 해도 4억 5천만 달러가 넘는 공탁금은 상당한 금액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엔고론 판사가 정한 벌금 액수에 대해 “충격적인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공탁금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엔고론 판사는 “매우 무능하고 부패했다”며 “벌금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데 이 재판 외에도 현재 여러 재판에 직면해 있죠?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사재판 외에 총 91개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된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뉴욕에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당초 25일로 예정됐다가 연기됐는데, 대신 새로운 재판 일정이 25일 정해졌습니다.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4월 15일에 재판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당 재판은 어떤 사안에 관한 겁니까?

기자)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입니다. 지난 2016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씨의 폭로를 막기 위해서 13만 달러의 합의금을 건넸습니다. 이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씨를 통해서 전달했는데요.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이 코언 씨에게 이 돈을 변제해 줬고요. 이 과정에서 회사의 회계장부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지난해 3월, 맨해튼 지검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이은 재판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법률 비용이 계속 증가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후원을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첫 대선 출마를 알리며 “나는 누구의 돈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돈이 많다는 점을 다른 대선 후보들과의 차이점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법적 비용과 의무로 모금 활동이 늦어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모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지난 23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 남동부 플로리다주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이 23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2018년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는 총격의 흔적을 둘러본 후 희생자 유족을 위로했고요. 또한, 총기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사건이 발생한 것이 6년 전인데 아직도 총격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배심원들이 현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지금껏 현장이 보존돼 있었고요. 올여름에 허물 예정이라고 합니다. 총격이 발생한 건물에는 총알구멍이 난 벽과 바닥 그리고 마른 피와 깨진 유리 파편까지 그대로 남아 있고요. 당시 도망가던 학생들의 벗겨진 신발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참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시간이 멈춰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고는 “우리는 여기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목격자가 돼야 할 의무가 있다”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이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이다 보니 충격이 더 컸던 기억이 나는데요. 사건 당시 상황을 정리해 주실까요?

기자)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2018년 2월 14일입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 다니다 퇴학당한 니콜라스 크루즈 씨가 학교를 찾아 자동소총 AR-15를 난사한 건데요. 학생 14명과 교직원 3명 등 17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습니다. 크루즈 씨는 사건 당시 19살이었는데요. 사망자가 많은 만큼 크루즈 씨가 사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크루즈 씨가 유죄를 인정했고, 또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이 참작돼 크루즈 씨는 지난 2022년 11월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진행자) 당시 이 사건으로 총기 규제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총격 사건으로 보다 엄격한 총기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주축이 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획기적인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총기 옹호자들은 총기 소지를 헌법상의 권리로 주장하며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총기 규제는 미국 사회에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현 정부는 총기 규제에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행정부는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입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재선 출마를 선언하며 총기 폭력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는데요. 전직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이 백악관에 신설된 ‘총기폭력예방국(Office of Gun Violence Prevention)’을 이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23일) 총기 강화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해리스 부통령은 ‘적기법(red flag law)’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적기법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위협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으로부터 법원이 총기를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아직 적기법이 없는 29개 주에 해당 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적기법을 시행하는 주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프로그램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적기법과 관련한 정부의 새로운 계획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정부가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전국 극한위험 보호명령 자원센터(National Extreme Risk Protection Order Resource Center)’입니다. 이 센터를 통해 정부는 주와 지역사회에 적기법 관련 기술 지원과 훈련을 제공하게 되는데요. 이를 위해 총 7억5천만 달러가 투입됩니다.

진행자) 정부 예산이 많이 투입되네요?

기자) 네, 해당 자금은 지난 2022년 통과된 ‘초당적 더 안전한 지역사회법’에 근거한 겁니다. 이 법은 18세에서 21세 사이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확대하는 한편, 적기법을 시행하는 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법이 통과될 당시 총기 규제와 관련해 의회에서 거의 30년 만에 의미 있는 총기 규제법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더 많은 조처가 필요하다고 계속 말해 왔는데요. 연방 차원에서 주의 적기법 시행을 지원할 새 정부 프로그램을 이날(23일) 사상 처음으로 발표한 겁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이 방문한 플로리다주는 적기법이 시행되는 주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8년 총격 사건 발생 이후에 승인됐습니다. 플로리다주 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판사의 허가를 받아 타인이나 본인에게 위험이 된다고 판단되면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수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주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며 “적기법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이들 지도자와 학부모가 비극에서 태어난 주창(advocacy)을 통해 이 주의 법 일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보라”고 강조했는데요. ‘AP’ 통신은 플로리다주에서 적기법이 제정된 이후 1만 2천 회 이상 사용됐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앤디 김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뉴저지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한 한국계 앤디 김 의원이 선거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뉴저지주 상원의원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과 경쟁하던 태미 머피 후보가 24일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공식 상원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6월 4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김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머피 후보가 뭐라고 하면서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습니까?

기자) 머피 후보는 24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영상에서 “바쁘고 활력이 넘치며 도전이 되기도 했던 몇 개월을 보낸 끝에, 나는 오늘부로 상원 선거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머피 후보는 이어 “그동안 나는 진실하고 사실에 충실했다”며 “하지만 이 경주를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분열적이고 부정적인 선거운동을 수반할 것임이 분명하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머피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히며 경선 경쟁자인 김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나요?

기자) 머피 부호가 김 의원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의 단결을 호소했는데요. 머피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용지에 오르고 우리나라의 많은 것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나는 양심상 동료 민주당원을 무너뜨리는 데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머피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사실 경선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머피 후보는 필 머피 현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입니다. 그렇다 보니 각 카운티 민주당 지도부의 지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요. 선거 자금 모금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머피 후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내 풀뿌리 세력을 중심으로 부부가 너무 많은 권력을 차지하고 당 주류가 머피 후보를 ‘톱다운’ 방식으로 선택했다는 불만이 일었던 겁니다. 특히 뉴저지주 민주당의 투표 방식 덕에 머피 후보가 부당한 이득을 본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뉴저지주 투표 방식이 어떻길래 논란이 나온 겁니까?

기자) 뉴저지주 민주당은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할 때 이른바 ‘카운티 라인’ 방식으로 투표하는데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은 투표용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투표용지 하단에 이름을 배치하는 형식입니다. 김 의원은 이런 독특한 관행은 비민주적이며,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다른 후보보다 부당하게 선호하도록 허용한다며 지난 2월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김 의원이 도전하는 상원의원 자리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재판을 앞둔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현 상원의원을 대체하는 자리입니다. 메넨데스 의원은 아내와 함께 사업가들로부터 수십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고 이집트와 카타르에서 미등록 외국 대리인 역할을 함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관련 재판은 5월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메넨데스 의원은 당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요.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김 의원은 머피 후보의 사퇴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김 의원은 성명을 통해 “태미 (머피) 후보와 나는 이 의석과 상원을 민주당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위험한 의제에 맞서기 위해 단결하는 한편, 뉴저지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김 의원 외에도 다른 두 후보가 있긴 하지만, 지지도 면에서 김 의원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고요. 김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될 경우, 11월 선거에서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뉴저지주에서는 1972년 이래 상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