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에 식량차관 상환 통지

2007년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차관을 싣고 가는 트럭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차관 상환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발송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00년 빌린 식량차관의 최초 상환일인 어제(7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빌려준 식량 차관을 갚을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8일 북한에 발송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2000년 10월에 합의한 차관계약서에 따라, 통지문을 받은 뒤 30일이 지나면 채무불이행 사유가 된다고 지적하고, 이를 조속히 갚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입니다.

[녹취: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 “한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대북 식량차관은 남북이 합의한 대로 상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한에 대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2000년 북한에 제공한 식량 차관의 첫 번째 상환일인 전날(7일)까지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갚아야 할 돈은 583만 달러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6 차례에 걸쳐 북한에 7억2천5만 달러 상당의 쌀과 옥수수 2백60만t을 빌려줬습니다

여기에 경공업 원자재와 철도, 도로 자재 차관까지 합치면 북한이 갚아야 할 빚은 8억5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위협 수위를 높이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원칙에 따라 빚 상환을 압박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난과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빚을 갚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 정부의 비료와 식량 지원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당국간 회담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남북이 합의한 계약서에도 북한이 갚지 않을 경우 상환을 강제할 수단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차관을 갚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한국 정부가 현물이나 북한 지역 투자 등의 형태로 받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세종연구소 홍현익 안보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한국 세종연구소 홍현익 안보전략연구실장] “현재 남북관계는 군사적 갈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지 않는 이상 북한이 식량차관에 응하기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현금이 아니더라도 광물이나 지하자원 개발 같은 현물로 상환해도 좋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거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식량차관 계약서에도 양측이 합의할 경우 현물 등의 다른 방법으로 갚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북한은 실제 지난 2008년 경공업 원자재 차관의 일부를 아연괴 1천t 으로 갚은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 외에 러시아에 대해서도 1백10억 달러 상당의 차관을 갚지 못한 채 협상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상환 능력 부족 등을 고려해 채무액의 상당 부분을 받지 않고, 일부분은 북한과의 협력사업 이행에 투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