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물가 급등...쌀값 20% 올라”

중국과 접한 북한 신의주에서 주민들이 배에 실린 쌀가마니를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쌀값과 기름값 등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국경을 차단했기 때문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최근 심각한 물가 폭등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ASIA PRESS)에 따르면 1월 말 kg당 1만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2월 4일 1만 1천340원으로 올랐습니다.

환율도 올랐습니다. 1월 말 달러 당 8천650원이었던 환율이 8천832원으로 올랐습니다.

쌀값은 4천625원에서 5천670원으로 22%나 뛰었습니다. 특히 평양의 경우 쌀값이 6천원까지 올랐다고 `아시아 프레스'는 전했습니다.

이 매체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환율과 휘발유 가격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환율은 작년 말 1 달러가 북한 돈 7천800원 정도였는데 현재 8천830원으로 북한 돈 가치가 떨어졌고, 휘발유 가격도 연말에 킬로 당 8천9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2% 올라서 1만 1천 130원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의 민단단체인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도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며, 북한의 물가가 10% 이상 일제히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수입품이 많이 올랐는데, 식량과 식량 대용품이 중국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파동이 생겨서, 10-20% 일제히 올랐는데요.”

북한에서 쌀값과 기름값, 환율이 일제히 오른 것은 국경봉쇄의 여파로 보입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달 22일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차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조중우의교)의 차량 통행이 끊겼습니다. 중국 훈춘시와 북한 라진선봉을 연결하는 통로 등 10여개 출입로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국경 차단 조치로 북-중 물류 흐름도 끊겼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단둥에서 트럭이나 열차에 실려진 중국산 물자는 1차로 평안남도 평성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됩니다. 이어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송망을 통해 평양, 사리원, 개성, 남포, 해주, 안주의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옮겨집니다.

또 함경북도 라진선봉 쪽으로 들어온 중국 물품도 일단 청진의 수남시장을 거쳐 함흥, 원산, 길주, 무산 등지로 팔려나갑니다.

그런데 국경이 차단돼 물건이 들어오지 않자 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관광객을 북한에서 스톱시킨 다음에 국경에서 사람과 물건의 유통을 완전히 막았는데 이 때부터 갑자기 여러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국경 봉쇄와 그로 인한 물가 폭등은 가뜩이나 힘든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전망입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4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중 무역은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입니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기름, 비료, 밀가루, 페인트, 유리, 신발, 학용품, 화장품, 설탕, 담배, 술 같은 공산품과 생활필수품을 수입해 경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중 국경이 차단되는 것은 큰 일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이시마루 지로 대표] “중국에서 들여오는 공업제품, 신발, 의류품 같은 물건 자체가 없어지고, 장마당에서 파는 사람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고,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향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외화 사정은 한층 빡빡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1월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중 관광이 중단된 것은 물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개별 관광은 논의 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관광 수입 감소는 물론, 외화난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무역에서 21억 달러 적자가 났고 3년 연속 56억 달러 마이너스였고 근간을 이어가는 것이 관광 수입이라든가 내지는 해외 나가서 벌어들어오는 돈, 근데 그것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활동이 불편한 상황이 되니까 외화벌이 측면에서 상당히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북한 주민들은 쌀값을 비롯한 식량 가격이 오른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민 대다수는 배급보다는 장마당에 의존해 살고 있는데 쌀값이 오르면서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고,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현실적으로 하루 세 끼를 때울 수 있는 그런 식량이 공급되지 못하니까, 주민들 속에서는 장사도 하지말고 이동도 하지 말라고 하면 죽으란 소리 아니겠냐…”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국경을 막고 무역을 중단하는 것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김흥광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북한 주민들은 예전에 파라티브스나 사스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을 목격했는데 지금 최고조로 완전 봉쇄를 하고 사람 이동도 못하게 하니까 바이러스 잡을려다 사람 잡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북-중 무역을 담당해온 무역회사들과 ‘돈주’들은 물가 급등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역이 끊겨 불만이지만 동시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무역회사는 장래에 대한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거꾸로 중국 상품을 수입해온 무역회사들은 물가 급등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8개월 간 북-중 교역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정도를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국경 봉쇄가 반 년 계속되면 내부 경제는 정말 패닉에 빠질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부터 강한 제재를 받고 있는데, 침체가 심각한데 거기에 물가상승까지 나타나면 정말 내부 경제적 곤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