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대북지원 단체들은 재무부의 대북제재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대북지원을 위한 금융거래와 인허가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그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국 내 대북지원 단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노력을 저해하는 정책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담당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미 하버드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다른 지원 단체들과 함께 여러 채널을 통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며, 인도적 지원이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교수] “I think it is important moving forward to take the Biden Administration to take a principle approach towards humanitarian assistance to DPRK.”
박 교수는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수단이나 국가의 이익과 안보 목적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있어 원칙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을 맞은 특수한 상황에서 대북 지원이 장애물 없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지원과 관련한 각종 행정적 절차에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며, 이는 미-북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와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가운데 미국의 제재에 따라 원활하지 못한 은행 관련 서비스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교수]”US sanctions include the Treasure actions which pretty much shut down, financial transactions for legitimate humanitarian activity inside North Korea.”
미국 제재에는 북한 내 합법적 인도적 활동을 위한 금융 거래의 거의 대부분을 막는 재무부 제재가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미국의 구호 단체들뿐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 기구들도 활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농업 기술 등을 전수하는 미국친우봉사회의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 지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면서 일부 지원 물품에 대해 재무부와 상무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수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에 대한 긴급 지원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재스퍼 지국장]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put into place a global temporary license or global exemption for COVID related aid and other urgent needs such as food security assistance. Provide financial institutions clear assurances that working with aid organization is permitted and encouraged.”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 관련 원조와 식량 안보 같은 다른 긴급한 요구에 대한 국제 임시 면허나 국제적 제재 면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금융기관들에게 구호 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허용되고 장려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재스퍼 지국장은 말했습니다.
앞서 대북지원 단체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북 제재로 인해 은행 관련 서비스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 3국 은행들이 북한 지원 자금이라는 것을 알면 서비스를 거부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은 북한 관련 거래가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의 대니얼 워츠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재무부의 대북 제재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The administration could also amend the Treasury Department's North Korea Sanctions Regulations so that the licensing process for U.S. NGOs working in North Korea is less burdensome.”
구호 단체들이 특수 물품에 대한 인허가 절차에 대한 부담을 덜수 있도록 재무부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여파로 1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이 다시 국경을 개방할 때 이는 더욱 필요한 조치라고, 워츠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규정으로는 북한이 마침내 국제기구와 구호단체의 입국을 허용하게 될 때 대북 지원단체들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워츠 국장은 행정적인 문제로 대북 지원이 지연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North Korea's self-imposed Covid restrictions remain the foremost barrier to humanitarian aid, but as those restrictions begin to be lifted, sanctions might once again complicate aid efforts.”
워츠 국장은 지금은 코로나를 막기 위한 북한이 제한 조치가 인도적 지원의 가장 큰 장벽이라며, 하지만 그같은 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면 대북 제재가 또 다시 지원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적 대북 지원 물품에 대한 제재 면제 요청이 적시에 처리되고 면제 절차가 필요한 수준의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2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정부는 가장 빈곤한 북한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촉진하려는 노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은 생명을 살리는 지원을 북한에 전달하려는 전 세계 기구들의 활동에 대해 유엔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박기범 교수는 아직 북한의 국경 개방 조짐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국제 백신 공급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200만회 분량에 가까운 신종 코로나 백신을 공급 받을 예정이지만, 아직 국경을 열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이 전달받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최근 혈전 유발 등 논란이 일자 북한도 관련 백신에 대한 추가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제조업체인 세럼 인스티튜트가 있는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가 급증하면서, 인도 정부가 해당 업체의 백신 물량을 확보해 북한에 할당된 백신도 공급이 지연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따라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기 전까지는 국경을 봉쇄한 지금의 조치를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