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북한의 경제와 보건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으며,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구호 활동도 위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가 10개월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5일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가 주최한 ‘북한의 인간 안보와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미 제재의 영향을 받고 있던 북한이 국경까지 굳게 걸어 잠근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경제 심각한 타격”... “올해보다 내년이 문제”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의 베른하르트 셀리거 한국 사무소장은 “북한의 국경 봉쇄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셀리거 소장] “Through COVID we have a complete stop of importation practically. It might be a very serious issue next year, when this year’s harvest is over and there’s no more fertilizer to buy.”
셀리거 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수입은 사실상 완전히 중단됐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올 가을 수확한 식량이 바닥나고 비료가 떨어진 이후를 걱정했습니다.
셀리거 소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제재가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며 작년 말부터 당국의 정책에서 경제난을 대비하는 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강조하고, 수확률이 낮은 강원도의 돌밭에서까지 농사를 지을 것을 지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셀리거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고 풀이했습니다.
한편 지난 2003년부터 북한에서 조림 사업 등 산림 황폐화 복구를 지원해 온 한스 자이델 재단도 국경 봉쇄가 시작된 올 초부터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고, 셀리거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녹취: 셀리거 소장] “On the ground, our contacts always say you can bring everything but nothing from the U.S. and nothing from South Korea, which is very sad in the way.”
셀리거 소장은 코로나 사태가 북한이 미국 등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며, “북한 쪽 파트너들은 항상 미국과 한국에서 만든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가져와도 된다고 말한다”며 미국과 한국의 지원을 거부하는 실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적십자사 모니터링 제약”... “정보 수집도 어려워”
스웨덴 적십자사의 오사 샌드버그 북한 국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 국경 봉쇄로 인해 북한 내 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샌드버그 국장] “There are no imports allowed except COVID-19 supplies and this was even enhanced in July, the restriction on imports and this is causing delays in our regular programs.”
샌드버그 국장은 “코로나 대응품을 제외하고는 북한으로 수입이 안되고, 수입에 대한 제한이 7월부터 더욱 강화됐다”고 전했습니다. 물품을 들여갈 수 없어 북한 내 지원 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내부에서도 이동이 통제된 가운데, 국제적십자사연맹 소속의 세 명의 국제 요원들은 평양에 고립돼 있고, 1월 이후 현장 모니터를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조선적십자회의 북한 요원들과의 물리적인 접촉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조선적십자회 요원들의 이메일을 한 동안 끊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샌드버그 국장은 조선적십자회는 평상시와 같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국제 요원들과 공유하는 정보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샌드버그 국장은 태풍 등 자연재해를 입은 뒤에도 북한 당국이 국제 기구들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국제 기구들은 복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접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봉쇄 조치가 코로나 발병 보다 치명적”
2007년부터 20여 차례 방북해 의료 지원 활동을 펼쳐 온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국장은 코로나 국경 봉쇄가 북한 보건 분야에 미치는 타격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This is causing supply chain issues for health systems, reduction of people seeking medical care within the health systems and you can see this happening not only in DPRK but in other countries.”
국경 봉쇄로 보건 체계의 공급망 문제가 생겼고, 진료를 받는 주민들의 수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무역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보건 체계 후퇴로 인해 매해 북한 주민 9만 3천 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과 연구진이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장은 북한에 코로나가 발병할 경우 최소 7천 명에서 최대 15만 8천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이 추산했다며, “코로나를 막기 위한 정책이 코로나가 발병했을 경우보다 더 많은 사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국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코로나 진단 장비를 충분히 제공해 당국의 우려를 덜어주고 다시 국경을 열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장은 “북한의 최근 위기 대처법은 장기간 지속하기 힘든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상수 센터장] “People are more suffering from economic and social pressures and it maybe good for them to reconnect, reopen channels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resume more humanitarian activities.”
이 센터장은 북한 당국의 조치가 “경제적 사회적 압박을 불러와 주민들이 더 고통받고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다시 연계하고 소통하며 인도주의 활동을 재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