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아 수준이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열악한 상태로 조사됐습니다. 또 인구 절반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어린이 19%는 발육부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기아 수준이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나쁜 상태라고 유럽의 비정부기구들이 밝혔습니다.
아일랜드의 ‘컨선 월드와이드’와 독일의 ‘세계기아원조’는 12일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기아지수가 27.5점의 ‘심각’한 단계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최악의 기아 수준 100점을 기준으로 50점 이상을 ‘극도로 위험’, 35∼49.9점은 ‘위험’, 20∼34.9점은 ‘심각’, 10∼19.9점은 ‘보통’, 10점 미만은 ‘낮음’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39.5점으로 ‘위험’ 수준이었던 북한의 기아지수는 2006년 33.1점, 2012년 28.2점 등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비율과 5살 미만 영유아의 저체중과 발육부진 비율, 사망률을 종합해 기아지수를 산출했습니다.
북한은 주민 2명 중 1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북한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인구는 47.6%로, 아이티(48.2%)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또 5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발육부진 비율은 5명 중 1명 꼴인 19.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저체중 아동비율은 2.5%, 영유아 사망률은 1.8%로 비교적 낮았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약 6억9천만 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1억4천400만 명의 어린이가 발육부진, 4천700만 명의 어린이가 저체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과 남아시아 지역이 기아와 영양부족 수준이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 별로는 아프리카 북부 차드가 44.7점으로 132개 대상국 중 기아 상태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고, 동티모르(37.6점), 마다가스카르 (36점), 아이티(33.5점)와 모잠비크(33.1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밖에 남수단과 브룬디 등 17개 나라도 북한 보다 점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됐지만 정치적 불안 등으로 인한 자료 수집의 어려움 때문에 순위에 포함되지는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 동아프리카 메뚜기 출현 등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식량과 영양 불안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