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 북한 경제...중국과 밀착으로 버티기”

북한에서 함경도 지역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결성된 1만2000명의 '수도당원사단' 당원들이 8일 평양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피해 지역으로 출발했다.

연이은 악재로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일부 트고 은밀한 방식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지원 거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 위기 국면을 버티려 한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외부 지원 불허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홍수와 연이은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경제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 상황에 처했지만 자력에 의한 정면돌파라는 기존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전문가들은 2017년 이후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연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북-중 교역이 크게 위축된데다 자연재해로 곡창지대와 핵심 광업지구에 큰 피해를 입어 자력에 의한 복구와 경제 재건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외부 지원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배경엔 ‘중국과의 밀착’ 카드가 있다는 관측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 공세를 펼 즈음부터 신종 코로나로 꽉 막혔던 북-중 교류가 일부 활발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 대교에 물자를 싣고 오가는 트럭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부원장입니다.

[녹취: 전병곤 부원장] “북한이 필요로 하고 있는 물자들, 식량이나 에너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감지가 되고 있었거든요. 교류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물자나 트럭이 이런 게 들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재개되는 것도 있고요.”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선 유엔 제재에 보조를 맞춰 왔지만 신종 코로나 국면을 맞아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중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빌어 중국 당국의 단속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이랑 교류를 하는 사업가들 그 분들에 대한 단속을 덜하는 거죠. 안 한다고 할 순 없지만 조금씩은 예전보다 심하게 하지 않는 거죠.”

이 교수는 민간 교류도 일부 숨통이 트는 양상이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제약 때문에 지금으로선 중국 당국이 은밀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물자의 비중이 더 클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외부 지원 거부를 공표한 것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에서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즉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중 교역은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2018년과 2019년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 스스로 국경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습니다.

그러던 북한은 미-중 갈등이 이념과 체제 문제로까지 격화되면서 최근 몇 달 새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놓고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상숙 교수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태도 변화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을 버텨 나가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북한이 중국에 대해서 꽤 큰 자율성을 갖고 있죠. 그래서 자율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측면이 계속 있는데 그게 북한의 안보와 생존에 위기가 오면 그 자율성 확대 노력은 위축이 되는 거죠. 지금 상황에선 중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춰주고 힘을 실어주고 중국에 적극적 협력 자세를 보일 시기인 거죠.”

중국도 미국과의 패권다툼 국면에서 북한을 확실하게 자기편으로 잡아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의 갈등 고조로 한반도 긴장이 더 부담스러워진 탓에 북한의 불만과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시켜줘야 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전병곤 부원장입니다.

[녹취: 전병곤 부원장] “미국과의 갈등으로 대항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남한하고의 국지전이나 갈등을 이런 거라도 일으키면 중국 입장에선 더 코너에 몰릴 수가 있어서 북한한테 그러지 않고 잘 좀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역시 가장 힘든 부분을 채워주는 거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과 형식적으론 동맹관계지만 오랜 세월 쌓여온 양국 간 불신으로 북한이 현 경제난을 버틸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