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호텔 등 31개 분야 투자자 모집…“낮은 신용, 제재로 쉽지 않을 것”

북한 원산 송도원 호텔과 주변 야경.

북한이 대외 무역홍보를 위해 만든 웹사이트 ‘조선의 무역’에는 총 31개에 달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소개돼 있습니다. 각종 산업시설에 대한 현대화와 고층 호텔 건설 사업 등을 위해 약 5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데, 대북제재와 북한의 낮은 신용도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무역 홍보사이트 ‘조선의 무역’은 31개에 달하는 투자처에 대한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방안과 투자금, 기간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또 투자자들의 이윤도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소개한 투자처들은 크게 산업시설 개선과 관광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산업시설 개선의 경우, 타이어와 버스, 펌프, 통조림 공장에 대한 현대화를 비롯해 변전소와 광물생산 시설에 대한 개건 사업 등에 해외 투자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관광사업에 있어선 원산 일대 5만 제곱미터 대지에 추진 중인 60층짜리 호텔 신축, 현재 400명이 투숙할 수 있는 송도원호텔을 1000명이 머물 수 있는 5성급 호텔로 개건하는 사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원산 일대에 2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상업거리를 조성하고, 운동시설로 채워진 ‘건강운동관’을 해외 투자금으로 운영한다고 밝혀, 현재 조성 중인 ‘원산갈마관광지구’에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일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대외무역 홍보사이트 ‘조선의 무역’은 31개에 달하는 북한 내 투자처를 소개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조선의 무역’ 사이트 캡처.

각 프로젝트별 투자금은 최소 약 20만 달러에서 최대 약 3억 달러까지 다양했습니다.

가장 많은 금액이 명시된 투자처는 ‘원산-금강산 철도투자대상’ 사업으로 희망 투자금액만 3억2천35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조선의 무역’은 이 사업에 대해 원산역과 금강산역 사이의 철길이 노화돼 철도 개건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특히 이 일대는 하루 평균 4천명, 최대 7천~1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들어오면 관광 수요가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도 담았습니다.

그 밖에 송도원 호텔 1억 달러, 풍력발전소 3천250만~3천900만 달러 등 몸집이 큰 투자처들이 소개됐습니다.

투자금이 명시된 투자 프로젝트 20개의 전체 금액은 약 5억2천686만 달러입니다.

일부 투자처는 돈뿐 아니라, 자재와 기술력 등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평양에 추진 중인 전람관, 즉 컨벤션센터의 경우 북한 측이 토지와 설계, 노동력 등을 대면, 투자자 측에서 건설기술과 마감자재, 건설기계, 일부 건설자금 등을 투자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31개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노후화되고, 오래된 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One thing we know about North Korea…”

북한의 산업은 60~70년대 만들어져 매우 오래됐으며, 일본이나 소련, 동유럽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해외 투자를 통한 여러 산업의 현대화 추진은 그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다만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엔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낮은 신용도를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North Korea is nothing fresh…”

아프리카 등 신흥 투자처와 달리 북한은 새로운 투자처가 아니며, 오히려 나쁜 평판만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1970년대 덴마크와 영국 등 유럽 회사들이 수억 달러를 북한에 투자했지만, 북한이 약속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철수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금강산 관광 등도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투자가 성공을 거둔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도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정권에 대한 투자나, 합작사업 운영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미국 화폐를 이용한 북한과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홍보 중인 석탄 생산시설과 각종 기계류 공장 등 투자처 일부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품목과 연관돼,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20일 VOA에 투자자들이 형사처벌과 미 법무부의 자산몰수 조치라는 위험성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Any investment in North Korea goes through…”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에 대한 투자는 미 대통령 행정명령이 금지하는 사항으로, 이 행정명령을 어기는 것만으로도 잠재적으로 20년 구금형과 100만 달러의 벌금, 25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거래가 행정명령에 대한 위반 외에도 돈세탁과 같은 다른 중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대한 투자를 형사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투자를 자국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압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 사례처럼 추후 미 법무부로부터 자산을 압류 당하는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